[이슈크래커] 선거범죄는 왜 '100만 원'에 희비가 갈릴까

입력 2022-04-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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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벌금 100만 원. 일반 형사 사건으로 생각하면 비교적 무겁지 않은 처벌입니다. 그러나 선거범죄의 경우에는 의미가 다릅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선거권을 박탈하고 지방의원직을 박탈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징역 또는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선거권을 제한하고 당선직은 당선무효, 공무원은 퇴직시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선고되는 벌금 액수가 100만 원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에 관심이 쏠립니다.

1994년 법 제정때부터 100만 원…30년 가까이 '그대로'

‘100만 원’ 기준은 1994년 공직선거법에 흩어져 있던 법 규정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으로 통합해 제정되면서부터 있었습니다. 이 법은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선거를 구현하기 위해 선거에 있어서 부정 및 부패의 소지를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등의 목적으로 마련됐습니다.

이 정도 기준이면 제정 목적을 이루기 충분하다는 판단이 섞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 금액 기준이 100만 원에 머물면서 이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가도 오르는 데 상향돼야 할 때가 오지 않았냐는 거죠.

그런데 ‘벌금 액수’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법원이 공직선거법 사건을 볼 때는 ‘벌금 100만 원에 상응하는 처벌’이 아니라 ‘당선을 무효로 한다’는 것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는 거죠.

'100만 원' 보다 '선거권 박탈ㆍ당선무효 시킬 죄냐'가 형량 갈라

선거권제한 조항으로 보면 헌재는 2005년 “법원은 형을 정할 때 선거권이 제한되는 사정을 고려해 선고형인 벌금액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정형의 하한에 의한 제약이 없음에도 법원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한다면 이는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과 함께 피고인의 선거권을 일정 기간 박탈하겠다는 법원의 판단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11년 등 결정에서 “입법부로부터 양형 재량을 부여받은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의해 선거권이 제한되도록 한 것이므로 이러한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헌재는 퇴직 조항에 대해서도 “입법자는 강력한 제재수단을 선택한 동시에 퇴직 여부에 대해 법원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당연 퇴직의 기준이 되는 법정형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범죄 행위와 선거권 박탈 등 처분 여부 따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다만 선거권 박탈이나 당선무효 등을 별개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법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하지만 선거범죄 양형기준에는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자진 사퇴·불출마, 진지한 반성 등이 감경요소 일반양형인자로 포함돼 있을 뿐입니다. 위반 정도, 범죄 가담 등 경중 요소에 고려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에서도 해당 행위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이 되지 선거권을 잃게 되는지, 당선 등이 무효가 되는지를 주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선애 재판관은 이번 사건에서 선거권제한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면서 “선고된 형에 따라 당연히 선거권이 제한되는 방법이 아니라 개개 사건에서 법원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판결로써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제시했습니다.

김종대 전 재판관은 2012년 당선무효 조항에 대한 헌재 합헌 결정이 나올 때 “공직선거법이 당선무효 기준으로 규정한 벌금 100만 원이라는 기준이 나타내는 불법의 크기와 죄질의 정도가 어떤 것인지, 선거의 공정성에 어느 정도 위협이 되는지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으므로 참정권을 침해한다”고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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