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기집권 동지’ 푸틴과 공멸할 수 있다?

입력 2022-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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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과 러시아 양국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지난 2월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베이징까지 직접 날아가 시 주석과의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은 이때부터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장기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함께 좌초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이들의 '동상이몽'은 올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초 미국과 유럽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미리 알고 침공 시기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늦춰달라는 요청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중국 정부는 러시아가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4일까지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룰 것으로 기대했지만, 러시아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실제로 2월 20일 동계올림픽이 폐막 이후인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사실상 시 주석의 체면이 절반이 구겨진 셈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 내부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훨씬 앞서고 있다는 점에서 침공 이후 머지않아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제압하고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였다.

이에 서방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 나라가 대(對)러 제재에 참여하고 있으나 중국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러시아를 두둔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기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2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시 주석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하는 올 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푸틴과의 우정이 중국 내정에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장기 집권'을 노린다는 점에서 운명공동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지난 행보는 상당히 닮아있다. 시 주석은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국가 주권과 영토 보존을 수호라는 명분에 따라 대만 통일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의 부흥을 이끌었던 표트르 대제를 상기시키는 '강한 남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련의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 일부라며 침공의 명분을 내세운 점도 대만을 되찾겠다는 시 주석과 닮은 부분이다.

자국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도 닮았다. 시 주석은 2018년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헌법에서 '국가주석직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면서 초장기 집권 시대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시 주석은 5년마다 공산당 대회에서 매회 당 총서기에 재선되는 형태로 평생 중국의 국가 원수로 군림할 수 있다. 즉 올해 당 대회에서 3선을 노리는 것은 초장기 집권의 시작일 뿐이다. 푸틴도 2020년 7월 개헌을 통해 2036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닛케이는 시 주석은 올가을 당 대회에서 무난하게 3선을 할 수는 있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질적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경우 '친러' 행보를 보였던 중국에 이미지 악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될 경우 2030년대 집권을 결정짓는 2027년 당 대회에서 그가 레임덕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로잔에서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돌프 히틀러가 합성된 그림을 들고 있다. 로잔/EPA연합뉴스

물론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 간의 정전 협상회담이 이뤄져 이 자리에서 중국이 관계국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경우 상황은 시 주석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태도는 화해를 권고하고 협상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노림수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푸틴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중재자 역할을 섣불리 자처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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