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롱코비드' 환자, 코로나 후유증 극복 어떻게?

입력 2022-04-06 14:56수정 2022-04-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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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선병원 포스트 코로나 증후군 클리닉 (사진제공=유성선병원)

2월 말 코로나19에 확진됐던 30대 직장인 A씨는 격리 해제 후에도 한달 가량 잦은 기침에 두통까지 더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기침이 계속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40대 주부 B씨는 메스꺼운 증상을 호소하며 코로나 확진 뒤 2주 가량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격리 기간 중 몸살 증상이 심했던 B씨는 약을 먹고 다소 회복됐지만, 식사량이 이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

‘코로나 후유증’, 기침·두통 등 증상 다양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후유증을 ‘롱 코비드’로 규정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3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 최소 2개월간 지속되고, 해당 증상이 다른 질병 진단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경우다.

다만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다. 따라서 명칭도 다양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런 증상이 4주 이상 계속되는 것을 ‘포스트 코비드 컨디션’으로, 영국 보건당국(NHS)은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하고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후유증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의 경우 WHO의 후유증 기준에 맞춰 △보통 코로나19 증상발현 이후 3개월부터 △최소 2개월 동안 지속되는 △다른 대체진단으로 설명될 수 없는 증상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정의한다.

주요 증상은 피로감, 호흡곤란, 인지장애 등이다. 연구에 따라 기침과 근육통, 흉통, 후각과 미각 상실, 우울과 불안, 발열 등의 증상도 보고되고 있다.

박한주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롱코비드 증상은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 △피로감, 무력감 등의 전신 증상 △두통, 어지럼증, 수면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 △기억력 및 사고력 저하 △우울증, 불안감 등의 심리적 증상과 미각이나 후각 상실 등”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해 코로나19 완치자 47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7.2%가 후유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2개월 관찰 기간 중 이중 피로감은 57.4%, 운동시 호흡곤란 40.4%, 객담 21.3%, 두통 17%, 가슴답답함 14.9%였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로나 회복 클리닉 (사진제공=하나이비인후과병원)

확진자 급증에 코로나19 후유증 환자도 늘어

2월 이후 오미크론 영향으로 하루 수십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로나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됨에 따라 후유증 환자가 늘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최근 보건당국이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2만1615명 중 19.1%인 4139명이 1개 이상의 후유증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과 격리 해제 후 조사 대상자들을 3~6개월간 추적한 결과다.

연령대와 증상도 다양하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 3월 한달 간 ‘코로나 회복 클리닉’을 운영한 결과, 후유증 의심 환자 진료는 289건이었다. 이 중 40대 74명, 30대 65명, 50대 48명으로 중장년층이 전체의 65%에 달했다. 60대와 20대는 각각 42명, 27명이었다.

이 병원이 후유증 환자 62명에 대한 표본조사를 한 결과 기침, 가래 증상이 계속되는 환자가 84%인 52명이었다. 이어 두통과 인후통, 흉통, 근육통, 복통 등 다양한 통증을 경험했고, 피로감과 후각·미각 장애를 호소한 환자들도 있었다. 특히 코로나 회복 클리닉 환자 중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를 받은 50명의 20%에 달하는 10명에서 폐렴이 발견됐다.

지난달 16일 진료를 시작한 명지병원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에 따르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기침’으로 전 연령대에서 확인됐다. 클리닉 개소 첫 주(6일간) 방문 환자의 68%가 기침 증상을 호소했다. 또 위 식도 질환, 전신쇠약, 호흡곤란, 기관지염, 두통 등의 순이었다. 방문 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전체의 30%였고, 50대가 22%, 40대가 15%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전체의 63%였다.

코로나후유증 기준도 치료제도 없어…"정보 제공ㆍ종합 진료 시급"
코로나 후유증은 진단 기준이 없고, 치료제도 없다. 따라서 향후 다양한 연구로 후유증 정보를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측은 코로나 후유증은 연령대와 무관하게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후유증 환자들에 대한 코로나19 회복 차원의 종합적인 진료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한주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장은 “코로나 후유증이 양성·음성같이 확실히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꾀병으로 오해 받을까봐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는 경우가 있다”며 “확진 후 일정시간 후 격리 해제되다 보니 현재 자신이 가진 증상이 코로나 후유증인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단 당시부터 롱코비드를 염두하고 위험요인을 분석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군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롱코비드 증상에 대해 확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관련 연구를 추진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도 최근 오미크론 유행으로 20% 넘은 인구에서 감염이 진행됐다. 오미크론 확진 이후에 어떤 건강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분석하는 게 필요하다”며 “기저질환이 없는 50대 미만의 성인 등을 대상으로 후유증에 대한 조사를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코로나 후유증에 대해 너무 두려움을 갖지 말고 충분한 휴식과 전문의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은 “코로나19 판데믹이 정점을 지나면서 코로나 후유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이른바 롱코비드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린 뒤 일주일 이상 지나도 기침이 계속되거나 열, 통증 등 증세가 느껴지면 종합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한주 센터장은 “후유증 최소화를 위해 자가 격리 기간 중 가벼운 운동 계획을 세워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감, 불안 등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충분한 수면과 수분 섭취, 규칙적인 식사와 금주·금연 실천도 필요하면서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고, 증상이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해당 증상에 대한 진료·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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