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대강 담합 건설사, 2000억 낸다더니 144억만 내고 사회공헌 ‘시늉’만

입력 2022-03-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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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면 땐 2000억 사회공헌기금 출연 약속
6년간 144억 납부 그쳐…강제성 없어 출연 인색
“국토부, 사업 이행 약속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에 가담한 건설사들이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20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6년이 지난 현재 144억 원 납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경북지역의 4대강 사업의 하나인 강정·고령보 공사 전경. (사진제공=한국수자원공사)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에 가담한 건설사들이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20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6년이 지난 현재 144억 원 납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일시 완납이 부담된다며 대신 매년 30억 원의 운영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건설사별 사회공헌기금 납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등을 주도한 17개 대형 건설사가 납부한 돈은 144억9000만 원이 전부다.

앞서 72개 건설사는 4대강 사업 입찰을 앞두고 각자 차지할 사업 구역을 미리 나누는 등 ‘짬짜미’를 벌였다가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총 1조2768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공공공사 입찰 참가도 제한했다.

건설업계가 경영 악화를 호소하자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족쇄를 풀어줬다. 이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72개 건설사는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을 세웠고, 입찰 담합 등을 주도한 17개 건설사는 사면 대가로 사회공헌기금 2000억 원 출연을 약속했다.

하지만 재단 설립 6년이 지났지만, 담합 관련 건설사에서 모금한 기부액은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사회공헌기금 납부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47억 원 △2017년 1000만 원 △2018년 34억2370만 원 △2019년 24억8630만 원 △2020년 17억5000만 원 △2021년 21억2000만 원을 내는 데 그쳤다.

건설사별로는 △삼성물산 23억500만 원 △현대건설 22억8000만 원 △대우건설·포스코건설 16억 원 △DL이앤씨 14억6000만 원 △GS건설 13억3000만 원을 납부했다. 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한화건설 등 11개 사는 6년간 10억 원도 내지 않았다.

건설사들이 출연금 분담비율을 두고 서로 부담을 떠밀면서 일시 완납 대신 매년 30억 원의 운영기금 조성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회공헌사업의 기초 자본금으로 삼겠다던 ‘씨앗기금’도 약속한 100억 원 중 70억 원만 낸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 관계자는 “건설사가 매년 30억 원 운영기금을 내겠다는 것은 단순 계산으로만 완전 납부까지 6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다”며 “해당 건설사들이 여전히 공공 부문 사업을 수주하고 있는 만큼, 국토부가 사업 이행 약속을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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