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서방 대러 제재 한 달, 효과는

입력 2022-03-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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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시행 한달...실물경제 타격 주고 있어
루블 가치 급락·인플레이션 매주 2% 안팎 상승
우회로에 제재 효과 제한적 지적도

▲러시아 국기를 배경으로 루블 지폐가 보인다. 모스크바/신화뉴시스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대가로 러시아에 강력한 금융 제재를 쏟아낸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러시아 실물 경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러시아 경제가 급격한 경기 후퇴를 막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전이었던 2월 중순까지 달러당 70루블(약 900원) 선이었던 루블 가치는 침공 후 급락하면서 달러당 150루블 선까지 치솟았다. 달러·루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루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서방사회가 지난달 26일 핵폭탄급 금융제재로 통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 결제망 퇴출을 결정한 것이 루블 가치 폭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곧바로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종전 9.5%에서 20%로 대폭 끌어올렸다. 또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를 금지하는 등 외환 유출 막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현재 달러·루블 환율은 100루블 안팎으로 소폭 안정을 찾은 모습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과 비교하면 루블 가치는 여전히 크게 낮다.

각국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의 절반가량이 동결된 상태로 이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국가의 제재로 약 64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3000억 달러 이상이 묶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서방 국가의 각종 금융제재로 달러가 부족해지고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서민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 내 달러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9월 9일까지 약 6개월간 개인당 외환 계좌 인출 금액을 1만 달러로 제한하는 등 특별 조처를 내린 상태다. 이에 달러를 사고파는 암시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서는 한때 1달러가 200루블에 거래됐다.

러시아 연방 통계국에 따르면 주간 인플레이션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매주 2% 안팎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물가는 이달 들어 5.38% 상승했다. 설탕에서부터 복사용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활용품 가격이 치솟았다. 침공 전까지 주간 인플레이션율은 1%대를 밑돌았다.

러시아는 제재에 맞대응하기 위해 23일 한국과 미국 등 비우호국들에 천연가스 판매 대금을 루블로 받겠다고 선언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의 요구는 기존의 계약들을 무시하는 조치라며 받아들이지 않기로 전날 합의했다.

서방 국가의 제재가 러시아의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고는 있지만, 러시아가 여러 방면으로 우회로를 찾고 있어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러시아가 케이맨 제도와 같은 조세 회피처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해외에 숨겨놓았을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가상자산(가상화폐)을 통한 제재 우회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상자산과 관련한 국제적인 규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러시아의 우회로를 어디까지 차단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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