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규제 완화 기대하는 은행 "가계부채 폭증 없다"

입력 2022-03-29 17:00수정 2022-03-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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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내 DSR 규제 면밀 검토는 아직 안해

DSR 규제 완화 논의에 "가계부채 사상 최대치…최소한의 규제 있어야" 지적
실수요자 위해 DSR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사진=연합뉴스)

차기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의 완화가 예고된다.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의 대출 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기조에 ‘시장의 정상화’라는 평가가 나오며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이 일부 있겠지만 큰 폭의 증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가 LTV에 그치지 않고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마저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며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이같이 대출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대출 규제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할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아직 대출 규제에 대한 면밀한 논의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문턱 낮아진다…‘통 큰’ 규제 완화 기대하는 은행권

대출 규제 완화를 두고 금융권에선 기형적인 대출 시장의 구조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지역·가격별 LTV 차등 적용으로 인해 일정 가격이 넘어가는 집은 오히려 담보가치가 없어지는 이상한 대출 구조가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다.

특히 은행권은 이번 대출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가 혜택을 받기 위해선 LTV 규제뿐만 아니라 차주별 DSR 규제 완화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TV 규제만 푼다면 소득이 낮은 실수요자 대신 고소득층의 대출 한도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설명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LTV 규제와 DSR 규제가 동반 완화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LTV만 완화하면 대출받는 사람은 늘어날 테지만, 대부분이 소득이 높은 이들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권은 LTV·DSR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가계부채 증가폭은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LTV 완화가 가계대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겠지만, 여전히 신용대출 소득 한도 제한 등 여전히 소득 한도 내에서 대출을 취급하라는 촘촘한 규제가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국의 지시 사안을 감안했을 때 LTV 규제를 풀더라도 대출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고 은행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영업 전략을 짜고 있는 만큼 DSR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마냥 대출을 늘릴 수 없다”라며 “금융당국의 규제보다는 효과가 떨어질 순 있지만, 은행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가 있어 대출 증가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번 대출 규제 완화로 유동성이 늘어나게 되면 부동산에 대한 영향이 있을 것이고, 부동산 시장의 반응에 따라 대출 증가세가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DSR 규제 없으면 부동산 가계부채 증가 안심 못 해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인 DSR 규제는 그대로 남겨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금융연구기관 관계자는 “DSR 규제는 내버려 둔 채 LTV 규제만 풀면 고소득층에만 유리하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DSR 규제를 풀어버린다면 실수요자보다 고소득층의 레버리지 수준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인수위에서 DSR 규제를 모두 풀어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장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DSR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규제 흐름 중 제일 중요한 게 소비자 보호”라며 “소비자가 채무불이행(디폴트)하기 전에 이를 막아주는 게 DSR인 만큼 이를 유지해야 한다”라며 “실수요자 보호가 목적이라면 오히려 DSR 예외에 해당하는 공적 모기지를 강화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출 규제 완화 신호가 강력하게 나오면서 시장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미 시중은행 사이에선 “총량규제가 사실상 없어진 것과 다름없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출 총량 관리 이슈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부채 리스크와 영업 사이의 균형을 맞춘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시장은 일부 지역에 한해 이미 상승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서 3월 주택가격전망 지수는 한 달 전 보다 7포인트(p) 오른 104를 기록했다. 앞으로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정부의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며 “대출 규제 완화 기조가 빚내서 집을 사라는 시그널이 돼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단, 인수위에서는 LTV 규제 완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다방면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제언한 'LTV 규제를 완화하되 DSR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받았지만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는 이투데이에 “업무보고와 무관하게 금융연 의견서를 포함한 다양한 기관 및 국민의 의견서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1분과 전문·실무위원들 역시 금융연 보고서에 대한 질문에 말을 아꼈다. 한 실무위원은 “그 부분은 잘 몰라서 확인이 어렵다”고 했고, 한 전문위원은 “보고서 내용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 인수위 분위기가 좋아지면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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