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미국’ 자사주 매입 사상 최대...그 이유는

입력 2022-03-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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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자사주 매입 규모 약 391조원
저평가 주식 매수·주가 추가 하락 방어 의도
최근 상장 기업도 저가매수 동참

▲자사주 매입 규모 추이. 단위 10억 달러. 매년 1분기 기준. 올해 3190억 달러.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주식회사 미국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금리인상 전망과 전쟁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적극 대응에 나선 결과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S&P500지수와 러셀3000지수에 상장된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약 3190억 달러(약 391조 원)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2670억 달러)보다 500억 달러가량 많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이달 초 20대 1 주식 분할 계획과 함께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AMD 역시 최근 8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린 배경으로 증시 폭락이 꼽힌다. 올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며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증시 폭락을 부채질했다. S&P500지수는 전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하며 한때 ‘기술적 조정장’에 진입했다. 러셀3000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는 올 들어 평균 30% 이상 하락했다.

기업들은 주가가 폭락하자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라 자사주 매입을 늘렸다. 최근 상장한 기업들조차 ‘바이더딥(Buy the dip, 저가매수)’ 흐름에 올라탔다. 통상 신생 기업들은 자금을 주주환원보다 성장엔진에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된 지 1년이 안 된 집리크루터는 지난주 5000만 달러 규모의 가속증권환매(ASR)를 발표하면서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매력적인 옵션”이라고 밝혔다. ASR는 투자은행으로부터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을 뜻하며 몇 개월 안에 대량 매입이 가능하다. 이 회사 주식은 작년 말 고점 대비 25% 이상 빠진 상태다. 핀테크 대출업체 업스타트도 상장 후 14개월 만에 4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에 착수했다.

또한 주가 추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실적 둔화 전망이 잇따르자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떠받치기에 나선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를 낸다. 이를 통해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EPS)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애플은 지난해 9월 마감한 2021회계연도에 855억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했다. 이는 연초 애플 시가총액이 세계 최초로 3조 달러를 돌파한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마이클 보리스 구조화 자산 책임자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지난 수년간 볼 수 없었던 자사주 매입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다른 무엇보다 시장 환경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내달부터 자사주 매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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