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젤렌스키, 미국에 ‘첼시 구단주’ 제재 연기 요청한 이유는

입력 2022-03-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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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영국 제재했지만 미국은 제재 명단에서 제외해
“젤렌스키, ‘평화협상에 도움될 것으로 기대...제재 보류 요청”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첼시 구단주가 2014년 3월 22일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 대표 인사로 꼽히는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재무부가 영국과 유럽연합(EU)과 발맞춰 이달 초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제재안을 마련했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발표를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NSC가 개입한 이유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제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와의 휴전협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브라모비치를 겨냥한 제재를 포함해 다양한 제재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상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은 이달 초 러시아 재벌과 가족들에 대한 폭넓은 제재를 발표했지만, 아브라모비치는 명단에서 제외했다. 반면 영국과 EU는 이달 초 아브라모비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보고 역내 자산을 동결했다.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1억4000만 파운드에 첼시를 인수한 뒤 주로 영국에서 활동해왔다. 아브라모비치의 추정 순자산은 133억 달러(약 16조 원)에 달하며 그의 자산은 영국과 유럽, 미국 등 세계에 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에서의 아브라모비치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일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아브라모비치가 평화협상에서 특별히 도움이 된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인수 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푸틴의 측근을 연결해주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인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기업인 커뮤니티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최근 전용기를 이용해 러시아와 터키, 이스라엘 등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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