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은 총재 지명 이창용 IMF 국장… 금리 인상 기조 이어갈 듯

입력 2022-03-23 13:50수정 2022-03-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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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에 대한 경고성 발언 강화
현 한은 스탠스보다 덜 매파적이란 의견도

한국은행 차기 총재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명됐다. 이창용 국장이 한은 총재로 임명된다면, 그간 발언 등으로 봤을 때 앞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국내·국제경제 및 금융·통화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다"며 "주변 신망도 두텁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정책 유지할 듯… 덜 매파적이란 분석도

최근 이창용 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채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강화해 왔다. 지난 1월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가상화폐 가치가 조정될 것이라며 가계 부채 비율 관리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이창용 국장은 "유동성에 의존해서 부채 비율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향후 굉장히 금융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을 통해서 좀 힘이 들더라도 사실은 부채 비율을 조정해야 하는 그런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전날 '이창용 IMF 국장이 신임 한은 총재로 취임한다면' 이란 분석 보고서를 통해 "통화정책에 관련된 발언은 제한적 수준의 언사가 대부분이라, 향후 정책 관련된 발언을 통해 더 명확히 판단할 수 있겠다"면서도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 중요성이 보다 고조됐으며, 물가 및 부채 제어와 같은 금융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보다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약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연구원은 "이처럼 예상되는 정책 기조는 최근 1년간의 한은 스탠스 대비 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라며 "새롭게 출범하는 한은 집행부 또한 매파적이지 않다면, 통화정책발 시장금리 변동성은 완화될 여지가 커질 수 있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 IMF 아태국장

한은 새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국장은 학계는 물론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획조정단장 등 경제정책 경험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국제기구 경험을 두루 갖췄다.

이 국장은 1960년생으로 충남 논산 출신이다. 서울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졸업 때는 최우수 성적으로 총장상을 받았다. 이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조교수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교수로 재직 시 현실 금융시장과 금융정책에 대해서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한국채권연구원 이사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채권시장 발전에도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서울대가 운용하는 기금을 채권으로 직접 운용키도 하는 등 채권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또 통화안정채권(통안채)의의 만기를 간결히 해 단기지표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통안채 발행 물량 일부를 국고채로 전환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당시에는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2008년 관료로 변신해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 단장을 맡아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로 3년간 활약했고, 2014년 IMF로 옮겼다.

특히 이 국장은 우리나라 인물 최초로 IMF 아태국장이라는 고위직에 진출했다. 글로벌 인맥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현 UN 글로벌 교육재정위원회 위원)과 하버드대 시절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후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으며,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총재 공백 사태는 못 피할 듯

한편,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이창용 국장이 지명됐지만, 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 총재 퇴임 직후 공백없이 4월 1일 새 총재가 취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과거 총재의 내정부터 청문회 통과까지 짧게는 16일이 걸렸는데, 이 총재 임기까지 불과 8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대 총재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 청문회를 거친 이 총재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3일 내정하고 16일만인 같은 달 19일 인사청문회에서 큰 논란 없이 불과 5시간 만에 여야 합의로 '적격' 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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