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실전에 투입한 진짜 이유

입력 2022-03-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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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러시아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공격에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투입한 사실을 미국 측이 처음으로 인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미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논의하고, 러시아로부터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18일 우크라이나 공격에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실전에 투입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탐지와 요격이 어려워 러시아와 미국, 중국 등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을 통해 국가 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앞서 러시아는 최초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서부의 지하군사시설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킨잘’의 사정 거리는 2000㎞ 정도로, 20일에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통신은 러시아군이 극초음속 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19일 군사 훈련을 지휘하면서 킨잘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초음속 무기에 대해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라고 지적하고 “다른 미사일과 같은 탄두를 탑재한 경우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다만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사거리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건물에 사용한 점에 주목, “군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다”며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건물을 공격하는 데 왜 이 병기가 필요한지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부득이하게 극초음속 무기를 사용한 배경에 대해 “러시아군의 정밀 유도 무기가 재고 부족에 빠져 대체로 투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동시에 “협상을 노리고 서방 국가와 우크라이나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일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나타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18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군사작전에서 많은 실패를 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속전속결로 끝날 줄 알았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모전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이 뜻대로 되지 않자 막힌 전선을 뚫기 위해 킨잘을 사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킨잘의 등장과 함께 서방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전략도 변화할 조짐이다. 미국과 유럽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휴대형 지대공 미사일 ‘스팅어’를 제공해 왔지만,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전투기도 격추할 수 있는 미사일 시스템의 공여를 검토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기자회견에서 “구 소련제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300’을 둘러싸고 ‘동맹국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에 건네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나 불가리아가 가진 ‘S300’을 우크라이나에 간접 공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킨잘은 2018년 제2차 세계대전 대독일 전승 73주년을 축하하는 군사 퍼레이드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는 러시아와 미국 유럽 간 대립이 깊어지던 시기. 4번째 임기에 들어간 푸틴 대통령은 군사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킨잘을 비롯해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57까지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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