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EU도 러시아산 원유 끊어낼까…요동치는 에너지 지정학

입력 2022-03-22 14:50수정 2022-03-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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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러 5차 제재안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포함 논의
러시아, 서방 금수 조치 맞서 중국·인도에 구애
미국, 고유가 여파로 사우디와 관계 개선 시도
이란도 수출 확대 시도
유가는 7% 이상 급등

▲러시아 국기를 배경으로 천연가스관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서방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은 에너지 대란을 돌파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지정학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러시아에 대한 5차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기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미국과 공조해 대러 제재를 쏟아내면서도 에너지 금수 조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워낙 커서다. 유럽은 천연가스와 석유 전체 수요량의 40%, 25%를 각각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하루 5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430만 배럴이 유럽으로 갔다.

EU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때문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에 러시아의 ‘급소’를 겨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다. 러시아 전체 수출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는 러시아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서방의 금수 조치에 맞서 중국과 인도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종전보다 20% 낮춰 제시했다. 또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계약을 연장하는 한편 그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체결한 해당 계약은 올해 종료될 예정이었다. 현재 해당 송유관을 통해 수송되는 원유량은 연간 1000만 톤 규모로 추산된다.

한편 미국은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걸프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상당수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사우디에 재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배치는 지난해 9월 미국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남쪽으로 약 80km 떨어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PSAB)에서 해당 미사일 시스템을 빼낸 이후 약 반년 만에 이뤄졌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국방력을 재조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중동에서의 힘을 빼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 왕실과도 각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고공행진하는 등 에너지 위기가 불거지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사우디와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란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인 이란은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을 틈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란은 서방과 핵갈등을 벌이면서 수출국 위상이 줄어든 상태다.

이날 국제유가는 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검토 소식에 7% 넘게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7.1% 뛴 배럴당 112.12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7.1% 상승한 배럴당 115.62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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