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싸게 줄게”...러시아의 '구애작전' 성공할까

입력 2022-03-22 11:54수정 2022-03-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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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리야드/AP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지정학이 요동치고 있다. 서방사회가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에 나서자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를 향해 ‘구애’에 나섰다. 평균보다 저렴하게 원유를 수출해주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냉각됐던 중동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태세를 전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지형을 흔들면서 국가 관계도 새롭게 짜여지고 있다.

서방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책임을 물어 강력한 제재를 쏟아냈다. 특히 러시아 경제의 핵심축인 에너지를 공략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다. 러시아 전체 수출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서방사회의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가 러시아의 ‘급소’를 노린 것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미국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20일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U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 대러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도 에너지 금수만큼은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랬던 EU마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국기를 배경으로 천연가스관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치는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비중은 전체의 3%에 불과하고 천연가스 수입은 아예 없다. 반면 유럽은 천연가스와 석유 전체 수요량의 40%, 25%를 각각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하루 500만 배럴을 수출했다. 이 가운데 430만 배럴이 유럽으로 수출됐다.

서방의 제재로 ‘밥줄’이 끊길 처지에 놓인 러시아는 출구 모색에 나섰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카자흐스탄을 거쳐 중국에 공급하는 원유 물량을 확대하는 문제를 논의할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카자흐스탄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계약도 연장했다. 지난 2014년 체결한 해당 계약은 올해 종료될 예정이었다. 현재 해당 송유관을 통해 수송되는 원유량은 연간 1000만 톤(t) 규모로 추산된다.

노박 부총리는 서방의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를 평가절하하며 “러시아가 가격을 할인을 해주면 새로운 구매자들이 기꺼이 나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IEA도 중국이 서방의 빈자리를 메워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중국은 러시아 석유의 20%, 화석연료의 25%를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는 중국으로 165억㎥의 가스를 수출했다. 올해 2월 초 양국은 1175억 달러 규모의 원유와 가스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인도에도 구애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인도에 원유 가격을 20% 낮게 제안했다.

▲2월 4일 동계올림픽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 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러시아의 이 같은 우회 전략이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의 라우리 밀리비르타 수석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에서 인도 및 중국으로 에너지를 이동하기 위한 물적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며 “석유의 경우 발트해와 흑해에서 대부분 운송되는데 아시아 시장까지 거리가 멀고 러시아산 원유를 처리하기 위한 설비도 없어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걸프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상당수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재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배치는 지난해 9월 미국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남쪽으로 약 80km 떨어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PSAB)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시스템을 빼낸 이후 약 반년 만에 이뤄졌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국방력을 재조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중동에서의 힘을 빼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 사우디 왕실과도 각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고공행진하는 등 에너지 위기가 불거지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사우디와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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