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러시아, 급한 불 껐지만...진짜 디폴트 회피까지 '산 넘어 산'

입력 2022-03-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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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16일(현지시간)이 만기였던 달러화 국채의 이자를 지급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은 피했다. 그러나 나머지 국채의 원리금 상환 만기일이 속속 돌아오면서 디폴트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17일 달러화 표시 국채 2건에 대한 이자 총 1억1700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여러 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채권자들이 달러로 이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환거래은행인 미국 JP모건체이스에서 지급대리인인 미국 씨티은행의 런던 지점을 거쳐 투자자들에게 송금됐다고 한다.

러시아는 서방국들의 경제 제재로 중앙은행의 자산이 동결돼 외화보유고를 자유롭게 끌어다 쓸 수 없다. 앞서 러시아 측은 16일 만기 국채 이자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시사했고, 지급하더라도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하면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채무를 자국 통화인 루블로 상환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5일 서명하기도 했다. 이번 국채 이자 지급은 달러 상환을 전제로 발행한 것으로, 디폴트 우려가 있는 첫 관문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르네상스캐피털의 찰리 로버트슨은 “시장은 이자 지급이 이행되었음에 놀랐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달러 표시 국채 가격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락, 2023년 9월 만기 국채는 액면 1달러당 가격이 한때 14센트까지 떨어졌었다.

앞으로 주목할 건 크게 3가지다. 우선, 3월 말 이후로 맞는 또 다른 달러 표시 국채의 원리금 상환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원리금을 합쳐 3월 31일에 4억4700만 달러, 4월 4일에 21억2900만 달러의 만기가 각각 돌아온다. 금액이 더 큰 만큼 이번처럼 채무 이행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마찬가지로 달러로의 상환이 전제 조건인데, 루블로 갚는다고 하면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디폴트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름반도 강제 병합 이후 발행한 달러화 표시 국채에 루블을 포함한 다른 통화로도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었다. 경제 제재로 달러로의 지급이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설계로 보인다.

러시아의 채무 상환 향배를 좌우하는 건 미국 제재의 영향이다. 미국 재무부 외국자산관리국(OFAC)은 미국 시민에게 러시아 재무부와 중앙은행, 국부펀드로부터 채권의 원리금 받는 것을 5월 25일까지로 한정하고 있다. 그 이후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달러화 표시 국채의 원리금 상환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서방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4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16일에 달러 표시 국채 이자 지불에 대해 달러로 결제하도록 지시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경제 제재로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기 때문에 서방의 금융기관에 의한 주문 처리가 난항을 겪을 우려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루블화로 결제할 것”이라고 했다. 평소라면 상환에 문제가 없지만, 경제 제재로 인해 외화 표시 채무 이행이 불투명해졌다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 측에 공을 넘긴 것이다.

이에 따라 만일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에는 서방 세계 탓으로 돌릴 것임이 분명하다. 미국 신평사 S&P글로벌은 17일 러시아 장기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1단계 하향했다. 디폴트에 해당하는 ‘D’까지 앞으로 2계단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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