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공 미국에 넘긴 러시아...해외 동결 자산서 1500억 이자 지불

입력 2022-03-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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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건의 달러 표시 국채 이자 지불했다고 밝혀
서방이 동결한 해외 보유고 자산 사용
미국이 허용할지 관건...막히면 루블로 지급 전망
루블 지급은 관례상 디폴트로 간주

▲러시아 중앙은행 건물 위로 국기가 보인다. 모스크바/신화연합뉴스
러시아가 달러 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를 만기일인 16일(현지시간) 지급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방사회가 대러 제재 일환으로 동결한 해외 자산을 이용했다. 미국이 이를 허용할지 불명확해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여전한 상태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만기가 돌아온 2건의 달러 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 1억1700만(약 1450억 원) 달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외화 계좌가 있는 미국 은행에 달러를 보냈다”며 “우리는 미국과 유럽 채권단에 의무를 다했다”고 말했다.

당초 서방사회의 대러 제재 여파로 러시아가 이날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서방사회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규모 경제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했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절반가량을 동결시켰다. 1월 기준 러시아 중앙은행의 총 외환보유액은 약 6430억 달러로 추산됐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미국이 허용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달러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며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경고했다. 해외 채권단이 이자를 달러로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사실상 미국에 떠넘긴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45분 기준 해외 채권단은 이자를 지급받지 못했다.

러시아가 100년 만의 디폴트 위기에 내몰리자 일단 달러로 이자 지급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미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자국 통화인 루블로 지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러시아가 달러가 아닌 루블로 채무를 이행할 경우 디폴트로 간주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러시아가 달러 표시 국채의 이자 지불을 달러가 아닌 루블로 하면 30일 유예 기간이 지난 후 디폴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관건은 미국이 러시아가 보낸 달러 지급을 허용하는지다. 미국은 러시아 당국과의 거래를 금지했지만 특정 채권에 한해 상환을 일시 허용한 상태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 중앙은행·국부펀드·재무부가 이달 1일 이전에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를 표시된 통화로 5월 25일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재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대러 제재는 러시아가 부채 상환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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