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추락에 우는 서학개미…보유 주식 올해 12조 줄어
하락장에도 미 주식 저점 매수…세달째 순매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변동성 장세 지속"
연이은 악재에 미국 증시가 추락하면서 서학 개미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서학개미가 보유한 해외 주식 규모는 12조 원 가량 줄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 등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증시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 11일 기준 680억2183만 달러(약 84조3600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779억1344만 달러(약 96조6300억 원) 대비 13.2% 수준인 98억9161만 달러(약 12조2600억 원) 줄었다.
서학개미가 장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고 있는 미국 주식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나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고점(11월 19일) 16057.44에서 지난 14일 12581.22로 21.6%(3476.22) 하락한 상태다. 지난 1월 말 부터 반등이 이뤄지나 싶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해외 주식 종목 중 가장 많은 테슬라의 비중이 18.8%(29억2173만 달러)로 대폭 줄었다. 엔비디아(-11.7%), 애플(-7.2%)도 비중이 감소했다. 각 3억 달러씩 비중이 줄어든 아마존(-15.9%), 메타(-36.8%), 루시드(-36.5%) 등 종목은 감소폭이 컸다. 반면 구글 비중은 오히려 2.2% 늘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하락이 컸던 미국 주식 투자를 오히려 늘리는 모양새다. 2월 한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30억314만 달러 어치의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약 3조7000억 원 규모다. 지난달 해외 주식을 약 28억6408만 달러(약 3조5400억 원) 순매수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 외에 다른 나라 주식은 순매도한 셈이다. 12월 순매도세에서 1월부터 두달째 순매수세를 기록 중이다. 3월 들어서도 12억4373만 달러(약 1조5400억 원)를 순매수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이 연일 하락 중인 증시가 바닥을 치고 반등할 거란 판단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순매수 1위는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QQQ ETF(TQQQ)가 차지했다. 순매수 금액은 11억4192만 달러(약 1조4190억 원)다. 2위에는 테슬라가 이름을 올렸다. 순매수 금액은 12억1049만 달러(약 1조5000억 원)다. 올해 들어 테슬라의 주가는 27.4%가량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말 3거래일만에 14% 반등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가 3위를 기록했다.
엔비디아(4위), 마이크로소프트(5위), 애플(6위), 구글 알파벳(7위) 등 기술주들이 뒤를 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17.8%), 아마존(-14.9%), 애플(-15.1%), 구글(-13.0%) 등 종목은 올해 하락률이 나스닥 지수(-19.6%) 대비 낮았다.
다만 최근 미 증시가 불안정성이 커진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나스닥 지수는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선 20% 하락했다. 이달 들어 뉴욕 3대 지수는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 조치 우려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면서 각각 S&P 500 -4.5%, NASDAQ -8.5%, DOW -2.8% 떨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가 급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완화하고 사우디 원유 공급을 확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연주 NG투자증권 연구원은 “골드만삭스, 제이피모건 등 14개 주요 투자은행(IB) 투자자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평균 3.5%에서 3.2%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주가 지수 역시 S&P 기준 고점 대비 16%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저점을 4000p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나스닥 지수는 약세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러시아 추가 제재 발표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