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평가된 우크라이나 핵 위험…“거대한 방사능 지뢰 될 수도”

입력 2022-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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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방사성 낙진 희생자 될 수도
체르노빌 사태로 수십 만 이주해야
원전, 전쟁 한복판 있으면 혼란 극대화
러시아군 전통적인 선 지키지 않고 행동

▲방호복을 입은 인형들이 방사능 경고 그림 앞에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침공이 역사적으로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과 함께 오는 모든 명백한 위험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핵 재해가 끔찍할 정도로 과소평가됐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국무부 정책분석관을 지낸 베넷 램버그는 최근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쓴 글에서 “군 지휘관들이 우크라이나 내 15개 원전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애를 쓴다 하더라도 재앙을 면치 못할 수 있다”며 “이들 원전이 거대한 방사능 지뢰가 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의 15개 원자로가 현지 전력 수요의 50%를 책임진다. 만일 이 원자로들이 공격을 받는다면 어떤 침략군도 직면하지 않은 엄청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램버그는 강조했다.

이들 시설이 방사능 지뢰로 변해 러시아 자체가 바람에 의해 퍼지는 방사성 낙진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 램버그는 우크라이나 원전의 취약성과 전투로 인한 손상 가능성, 그에 따른 인간과 환경 파괴를 고려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과연 이번 전쟁 자체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국가의 전투 수행 능력 저해를 위해 발전소가 종종 공격 목표가 된다. 그러나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원전은 수많은 방법으로 방출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중 폭격이나 포격으로 원전의 격리 건물을 부수거나 노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중요한 냉각제 파이프라인을 절단할 수 있다. 발전소 운영을 방해하는 사이버 공격도 위험요소 중 하나다.

원자로 노심이 녹으면 폭발성 가스나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지하수로 퍼져 나간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고에 불이 나면 더 큰 피해가 날 수 있다.

낙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피폭 인구와 방사성 물질의 독성에 따라 달라진다. 유엔은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50년 동안 5000명의 암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고 실제로 사고 직후 몇 년간 수천 개의 갑상샘암 사례가 발생했다.

수백만 명 목숨을 앗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유병 대유행)의 한가운데 있는 지금 이런 희생자 수는 사소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핵 위험에 대한 비양심적인 오해라고 램버그는 꼬집었다. 체르노빌 이후 방사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련 당국은 수십만 명을 이주시키고 수십 년 동안 농경지와 삼림을 버려둬야 했다.

원자로 내부와 주변에 60만 명이 방사능 잔해를 청소하기 위해 배치됐으며 기술자들은 추가적인 방출을 막기 위해 원자로 건물 위에 거대한 시설물을 올려놓았다. 경제적 손실은 수천억 달러에 달했다.

일본도 여전히 2011년 후쿠시마 참사가 초래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낙진을 완화할 수 있는 원자로 운영자는 총격이나 폭격을 두려워해 도피하는 경향이 더 크며 전쟁은 이런 위험을 더 고조시킨다고 램버그는 지적했다. 원자로가 혼란스러운 전장의 한 가운데 있다면 최초 대응자조차 없을 수 있고 정보의 부재 속에 혼란은 극대화될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는 모든 핵사고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에 시달리게 된다. 이미 체르노빌이 증명했듯이 우크라이나는 물론 침략국인 러시아를 포함해 다른 나라들도 이를 감당해야 한다.

체르노빌의 교훈을 생각할 때 러시아가 가동 중인 원자로에 대한 공격을 피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러시아는 지난 4일 유럽 최대 규모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해 이런 믿음을 깼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9일 체르노빌에 이어 자포리자 원전에서도 핵물질 상태를 확인하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통신이 두절됐다고 밝혀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램버그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전투 행태는 우려를 자아낸다”며 “체첸과 시리아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전통적인 경계선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행동했다. 또 일반적으로 전쟁 속에서는 항상 나쁜 일이 일어난다. 전투원들은 실수하고 현장의 군인들은 제약을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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