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눈뜨고 코 베인’ 개미 보호 주목…경영권 매각 소액주주 피해·물적분할·먹튀 해소 관건

입력 2022-03-10 14:14수정 2022-03-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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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올해 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개미 보호’에 방점을 찍은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에 눈길이 쏠린다.

2020년부터 시작된 투자 열풍에 몸집은 ‘천만 개미’로 불어났지만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은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특히 오랜 기간 점진적으로 성장해온 미국 증시와 달리 주가 변동성이 잦은 국내 증시는 ‘쪼개기 상장’, ‘먹튀 논란’으로 대표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얼룩졌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개미 보호’의 관건은 경영권 매각 소액주주 피해, 물적분할 피해, 경영진 먹튀 등 반복된 논란이 정상화 될지 여부다. 윤 당선인은 대책으로 소액주주 권리 강화안을 내놨다. 기업이 경영에서 개인투자자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쪼개기 상장’ 물적분할 피해 제동걸릴까= 개미 투자자들의 불만은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터졌다. 상장은 대박을 터트렸으나 LG엔솔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인식된 LG화학은 주가가 대폭 떨어졌다. 주요 기업들이 핵심 자회사를 물적 분할 후 상장하면서 모회사 주주의 권익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상장사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상장하는 데 필요한 요건을 강화 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신산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신주인수권 부여는 법 개정 없이 진행이 가능해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신주인수권이 부여돼도 물적 분할시 주가 하락은 피하기 어려운 만큼 요건을 얼마나 강화할지, 나아가 전면 금지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경영권 매각 소액주주 피해…‘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되나= ‘한샘 사태’가 불거지면서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 시 소액주주의 피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시장가 보다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면 시장가로 매각 해야 하는 입장인 소액주주는 지분가치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소액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경우가 늘자 윤 당선인은 ‘의무공개 매수제’ 도입을 공약으로 냈다. 대주주가 회사 경영권을 매각할 때 소액주주들의 주식도 같은 값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매각 협상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의 혜택을 소액주주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자료=국민의 힘, NH투자증권)

◇공매도 문턱 낮춘다는데…개미 보호 더 어려워질 듯= 윤 당선인은 공매도를 재개하되, 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제도 수정의 일환으로 윤 당선인은 개인 투자자의 담보 비율 조정을 약속했다. 현재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05%이나, 개인 투자자는 140%다. 기관과 외국인의 주식 상환 기간은 무제한이나, 개인은 90일이다. 윤 당선인 공약에 따라 개인의 담보비율이 낮아지거나 상환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에선 개인과 기관은 정보력, 자금력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도 비슷한 수준으로 공매도 문턱을 낮추면 개인이 손해볼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당국 관계자는 “(개인들이) 자칫하면 패가망신 할 수 있다”며 “주식을 빌린 후 공매도를 치면 그 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개인에겐)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또 공매도 서킷브레이크(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면 자동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있는 제도(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를 포장지만 바꿔 공약으로 내건 모양새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교수는 “(해당 공약은) 공매도에 대한 원천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유동성이 충분하고 시장 참여자가 다양화 되는 등이 만족되지 않으면 공매도를 통한 주가 조작은 쉽다”고 부연했다.

◇“임직원 먹튀 막겠다”는 尹, 이미 대책 발표한 금융당국= 윤 당선인은 내부자의 무제한 지분 매도를 제한하겠다며 특정 기간 내 일정 한도만 매도할 수 있도록 막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은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 44만 주를 팔고 878억 원 챙긴 것에 따른 조치다. 임직원 먹튀에 따른 주가 하락 손실은 일반 주주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이미 금융위에서 나왔다. 지난달 금융위는 제2의 카카오페이를 막기 위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상장 이후 최소 6개월 처분할 수 없도록 의무보유제도를 강화했다. 이번 대책엔 의무보유대상자도 최대주주와 임원에서 상장 신청기업의 업무집행지시자도 포함됐다.

윤 당선인이 밝힌 대로 내부자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해 일반 주주의 피해를 줄이는 방안은 이미 나왔다. 윤 당선인의 판단에 따라 금융위가 발표한 제도 수준이 유지될지, 이보다 더 강화될지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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