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바이든…인플레 억제 vs.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입력 2022-03-07 15:47수정 2022-03-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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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러시아 석유·에너지 제품 수입 금지 법안 검토
미 휘발유 평균 가격 2008년 7월 이후 첫 4달러 돌파
미국, 베네수엘라산 석유로도 눈 돌려

▲미국 일리노이주 햄프셔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햄프셔/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은 대러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치솟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날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러시아에 달러를 제공해선 안 된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원이 러시아산 석유, 에너지 제품의 대미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수입 금지는 러시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제재 카드로 거론돼왔다. 러시아의 원유 및 가스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40%에 달한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 정도다.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있어 에너지 수입 금지가 마지막 퍼즐로 여겨진 이유다.

문제는 고삐 풀린 유가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09달러로 2008년 7월 이후 처음으로 4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에서 가장 휘발유가 비싼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갤런당 5.288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유가는 미국이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급격히 뛰었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가 글로벌 원유 수급 차질 우려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가격은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40년래 최고치를 돌파한 가운데 물가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번 주 발표되는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가 급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은 그동안 갈등 관계였던 베네수엘라와도 접촉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전날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현지 관료들과 회동해 원유 수출 제재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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