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2월20일 "내 길 가겠다" 완주 선언
尹, 2월27일 "安측, 결렬 통보해" 책임 물어
이후 양측 치열한 공방 이어져
尹·安, 3월3일 새벽 단일화 극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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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선 '단일화 결단'을 예상했지만, 안 후보는 "내 길을 가겠다"며 단일화가 아닌 완주 의사를 밝혔다. 일주일 전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내린 결론이었다.
안 후보는 당시 "저는 일주일 전 '또 철수하느냐'는 비판과 조롱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국민들의 정권교체 위한 단일화 열망을 받아들이기 위해 고심 끝에 야권 단일화 승부수를 던졌다"며 "(하지만) 제 제안을 폄하·왜곡시켰고 저희 당이 겪은 불행(선거운동원 사망)을 틈타 후보 사퇴설,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저의 진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더 이상의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 정리하겠다"고 단호함을 보였다.
안 후보의 폭탄 선언에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후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저희로선 오늘 안 후보의 기자회견은 상당히 의외였다"고 했고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 제안을 하다가 갑자기 또 완주 선언을 하셨으면, 그 조변석개하는 입장 변화에 대한 비판은 안 후보님과 국민의당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비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 역시 "어제 안 후보가 얘기하신 것이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당시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단일화 이슈가 일단락되며 막판까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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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단일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끊임없이 "어떤 노력이든 이어가겠다"며 여지를 남겼고 안 후보는 시종일관 "시간 다 지났다.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나서 '정책단일화'을 위한 물밑접촉까지 나섰고 안 후보 지지자들은 내심 '완주'를 응원하기도 했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월28일이 점점 다가오자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다급해졌다. 그 사이 양측 실무진은 단일화 협상을 이어갔다. 정치권에선 하루 전 야권 단일화의 1차 데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궁지에 몰린 윤 후보는 급기야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사실상 협의를 했지만, 오늘 오전 안 후보로 부터 결렬을 통보받았다"며 단일화 무산에 대한 책임을 안 후보에게 전가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우리 당 의원들과 전권을 부여받은 양쪽 대리인들이 만나 진지한 단일화 협상을 이어왔다"며 "어제는 양측 전권 대리인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회동했고, 안 후보와 저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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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단일화 협상경과와 전권 대리인 실명(장제원 의원)까지 공개해 논란이 됐다. 협상 과정을 담은 협상 일지의 제목('정리해서 못만나면 깐다')이 문제가 됐으며, 지난해 국민의힘 경선 당시 윤 후보 캠프 총괄실장을 맡는 등 최측근으로 활동하다 '백의 종군'한다며 직책을 내려놨던 장 의원의 재등장으로 또 다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도 불거진 것이다.
이후 양측은 서로 책임을 물으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윤 후보 측은 "우리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안 후보측 요구도 다 수용했지만 그쪽에서 거부한 것"이라 비난했으며, 안 후보 측 역시 "단일화 진정성은 어디에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득은 없고 상처만 남긴 양측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두고 정치권에선 사실상 단일화는 무산됐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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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후보가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3일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다. 지난 주말 단일화 결렬 선언 후 2일 다시 물밑접촉이 시작됐고, 3일 새벽까지 급박하게 진행됐다.
전날 밤 마지막 대선 TV토론 이후 안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로 이동해 이 의원에게 회동 관련 내용을 전달 받았고, 장 의원은 윤 후보가 TV토론회 이후 촬영을 위해 이동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를 찾아 회동 계획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후보, 안 후보, 장 의원, 이 의원은 이날 0시께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장 의원의 매형집에 모였다. 보안 유지를 위해 경호원 없이 이동했다. 장 의원의 매형은 카이스트 교수로 안 후보가 과거 카이스트 교수로 근무할 때 알고 지낸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후보 측은 새벽까지 약 2시간30분에 걸쳐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으며,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아무런 조건 없이 윤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양측은 또한 인수위원회, 통합정부 구성은 물론 대선 이후 당대당 합당도 합의했다.
아울러 두 후보는 함께 단일화와 관련된 공동선언문을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두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단일화 합의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말 많고 탈 많았던 20여일간의 단일화 이슈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