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늘리고 싶어도…사용후 핵연료 처리가 골칫거리

입력 2022-03-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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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고준위폐기물 영구 처리장 '제로'...독일 등도 “원전 고위험 에너지”

▲2020년 6월 1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월성 원전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반대 및 주민투표 결과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울산 북구 주민들과 환경 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많은 수의 원전(현재 24기)이 특정지역에 운영되는 것에 문제의식이 있고 사용후핵연료, 고준위 폐기물 처리 방안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기 전까진 원전을 더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1월 25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출입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원전 확대 시 불어나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전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올해 초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마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하는 입장을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 영구적 처리나 저장할 방법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발전 사용을 다 한 우라늄을 말한다.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을 내뿜어 고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준위 폐기물 영구 처리장은 단 한 곳도 없다. 대신 원전 부지 안에 임시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당장 경주 월성 원전은 2021년에, 한빛원전 2026년, 고리원전 2027년이 되면 꽉 찬다. 우리나라 원전 안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는 저장용량 52만 8716다발 중 47만 6729다발로 90.2%를 기록했다

정부는 고준위 폐기물 영구 처리장 건설 계획을 수립한 상태지만 부지 선정에만 약 12년이 걸리고, 건설 기간이 30년이 소요돼 영구 처리장 건설은 사실상 기약이 없다. 무엇보다 처리장 건설 부지 선정 시 해당 지역의 주민 투표가 필수인데 주민들이 찬성표를 던질지도 의문이다. 방사능 유출 우려로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원전 사고 위험도 여전하다. 2019년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1ℓ(리터)당 71만3000㏃(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는데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관리기준인 4만㏃/ℓ를 뛰어넘은 수치다. 2017년에는 한빛 원전 4호기에서 격납건물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방호벽에 공동이 발생해 방호벽 부실시공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EU가 지난달 초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규정해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최종안을 내놨지만 여기에는 '엄격한 조건'이 달려 있다.

신규 원전은 2045년까지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특히 2050년까지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한 자금과 부지 확보가 충족돼야 한다. 기존 원전의 경우는 2040년까지 사고저항성 핵연료(ATF) 사용 단계로 가야 한다. ATF는 훨씬 안전하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더라도 EU보다 유연한 조건을 넣긴 어렵다"며 "EU와 같은 조건일 때 국내에서 원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U 회원국 중 독일과 오스트리아,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원자력을 고위험 에너지라며 택소노미의 '원전 배제'를 EU 집행위에 촉구헸다. 향후 EU 택소노미 최종안 의결 때까지 프랑스 등 원전 찬성파와의 대립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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