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잡겠다는 ‘공시제’…막상 뚜껑 열어보니 “허술”

입력 2022-03-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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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 잡겠다는 ‘공시제’ 효과는커녕
업계 “범위 너무 좁고 기준 모호” 지적

▲2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있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배달 앱 3개사의 배달비용을 조사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정부가 가파르게 오르는 배달비를 잡겠다며 꺼내 든 ‘배달비 공시제’가 배달비를 잡기는커녕 모호하고 한정적인 조사 기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플랫폼별 배달비를 세세하게 공개해 소비자의 선택을 도와 가격 인하 경쟁을 끌어낸다는 목적이지만, 첫 시범 조사를 발표한 이후 플랫폼의 반응은 차갑다. 일각에서는 조사가 불완전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2월 12일과 13일 양일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앱 3사의 배달비를 조사한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조사는 주말 점심 시간대, 동일한 음식점에서 같은 메뉴를 배달했을 때 플랫폼별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협의회에 따르면 플랫폼마다 배달료는 최소 100원에서 최대 5500원까지 차이가 났다. 배달의민족(배민)의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의 배달료가 가장 높은 경우가 40건으로 가장 많았다. 동일 조건에서 최저 배달비가 가장 많은 건 26건으로 조사된 ‘배민의 묶음 배달’이었다.

배달의민족 측은 배민1의 배달비가 가장 높은 경우가 많았다는 집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배민 측은 “입점 가게 수가 가장 많다 보니 최저 배달비부터 최고 배달비까지 다양하게 상품구성이 돼있다”며 “고객부담 배달팁이나 최소주문금액은 플랫폼이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고 배달거리 기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협의회가 특정 업체를 골라서 조사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는데, 저희가 점유율 1위로 모수가 많다 보니 소비자에게 5000원을 부담시키는 업주가 있다면 그 숫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떡볶이·치킨 기준? 차라리 시간대별로 조사해야”

공시제 조사의 대상과 기준이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협의회가 공개한 데이터는 12~13일 주말 점심 통계만 삼은 데다가 서울 지역만 대상으로 삼았다. 가격 주요 변수 중 하나인 날씨 등이 고려되지 않았고, 배달료가 높게 형성된 경기 동탄 등 주요 신도시는 조사에서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동탄과 위례 등 일부 신도시는 올해 초 배달대행 기본요금이 5000원으로 인상돼 배달료가 서울을 웃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요기요가 대행 업체 없이 자체 배달하는 요기요 익스프레스가 구분 반영되지 않았다.

일찍이 업계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조사로 배달비를 일률적으로 측정할 수 있냐는 의문을 제기 한 바 있다. 날씨, 기사 수요, 프로모션(시간대 할인) 등의 변수에다가 업주들이 매장 상황에 따라 배달료 및 최소주문금액을 유동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한 배달 대행 플랫폼 관계자는 “우리도 시시각각 변하는 배달료 데이터를 수집할 때 애를 먹는다”면서 일률 조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 가격이 피크타임이나 프로모션 시간대로 달라지기 때문에 차라리 메뉴보다 시간대를 기준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협의회는 이번 시범 조사를 통해 주요 배달 음식인 떡볶이와 치킨의 배달비를 우선 공개하고, 향후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다음 조사부터는 지역도 경기도 일부 지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사가 보완돼도 플랫폼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일지는 의문이다. 이미 3사 모두 적자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데다, 배달료 급등에는 기사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 앱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배달앱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 기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공시제 조사가 모호한 데다 배달 3사가 주요하게 내세우는 요금 기준과 다르다. 배달 앱을 제대로 이용을 안 하고 조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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