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한국車 직격탄…현대차ㆍ기아 4500억 손실 우려

입력 2022-02-28 12:27수정 2022-03-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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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러시아 시장 점유율 2위
현대차는 지난해 GM 옛 공장 인수
프랑스 르노는 러시아 생산 일시 중단
SWIFT 제재 장기화 탓 수익 떼일 우려
삼성증권 "현대차ㆍ기아 4500억 손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강도의 대러시아 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기업의 생산성 하락, 대러 교역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엇보다 러시아 관세를 피해 현지 생산법인을 잇달아 구축한 자동차 업계의 손실이 450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금융투자업계의 분석마저 이어졌다.

▲현대차 러시아 전략형 소형차 쏠라리스가 러시아 공장 안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8일 '우크라이나 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우려했다.

정민현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수출보다는 현지 내수 판매에 주력하고 있어 대러 제재 심화로 러시아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러시아 내수시장 위축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 확대 및 광범위한 금융제재로 인한 거래비용 증가로 교역액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주요 그룹사 가운데 16곳이 러시아에 53개 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자동차 기업의 피해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53개 법인 가운데 현대차그룹 러시아 현지 법인이 18곳에 달한다. 관세(20~25%)를 피해 현지에 생산설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부품)와 현대위아(엔진)를 비롯한 계열사, 나아가 협력사까지 동반 진출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 퇴출을 결정함에 따라 러시아와 거래하는 우리 기업은 송금 차단 우려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오전 11시 50분 기준, 현대차가 전날 대비 1.72% 하락한 17만1000원에 거래 중이다. 기아 역시 1.22% 떨어진 7만2900원에 거래 중이다. 현대차는 이날 장 초반 전날 종가대비 2.59%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도 일제히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며 하락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수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러시아 규제로 인한 현대차의 최대 손실은 2000억 원, 기아의 최대손실은 2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프랑스 르노는 러시아 생산을 중단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반도체 수급 부족”이지만 현지 정세변화와 사태 장기화, 스위프트(SWIFT) 제재 장기화 등을 우려해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생산 중단 기간은 3월 첫째 주까지다. 다만 이 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완성차 생산 및 판매 이후 수익을 다시 프랑스 본사가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뉴스 유럽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현지 아브토바즈 라다(점유율 38.6%)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인 현대차ㆍ기아(27.2%)와 3위 폭스바겐(12.2%), 4위 토요타(5.5%) 등도 부품 재고를 점검하는 등 향후 생산계획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 GM이 버리고 떠난 러시아 공장을 지난해 11월 인수했다.

애초 이 공장은 연산 10만 대 규모로 GM이 2008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설립했다. 러시아 경제 제재와 경기 침체로 판매가 부진해지자 2015년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 현대차는 이 공장을 인수해 러시아 2공장으로 삼고 현지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러시아 전략형 소형 세단 솔라리스(엑센트), 중형 SUV 크레타를 생산해 러시아 시장과 독립국가연합 등에 공급 중이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 2공장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KIEP는 보고서를 통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제재로 인한 러시아 실물 경제 위축, 수출 통제로 인한 국가별·지역별 교역 구조 변동, 세계무역 위축 가능성 등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장기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제한 등 화석연료 공급 감소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기업의 생산성 악화 가능성도 있다"며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소기업에 대한 선별적 대응책 마련을 강조했다.

설령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조기에 종료되더라도 스위프트 제재로 인한 실물 경제 위축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배경에 깔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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