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안철수 단일화 무산… 안철수 빼고 다 웃는다?

입력 2022-02-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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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7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투표용지 인쇄를 앞두고 막판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각 후보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결렬 책임을 피하면서 정권 교체 여론 결집에 나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완주를 통해 부동층의 지지를 분산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 측으로부터) 이날 오전 9시 단일화 협상 결렬을 통보받았다”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안철수 후보 측으로부터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안 후보에게 회동을 공개 제안해달라 이런 요청을 했고, 저는 이를 수락했다”며 “안 후보께서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안 후보의 자택을 방문해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답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 측으로부터) 이날 오전 9시 단일화 협상 결렬을 통보받았다”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에 안철수 후보는 “오늘 아침 (윤 후보 측에서) 전해온 내용을 듣고 그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어서 그것에 대해서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 다(전부)다”라고 말했다. “단일화 물밑 협의가 끝나 후보 회동 일정 조율만 남았었다”는 윤 후보의 회견 내용을 반박한 것이다. 이어 ‘아침에 전해온 내용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제가 주장한 건 국민 경선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떠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고 답했다.

안 후보 측은 “결국 단일화 불발의 배경에는 양측간 신뢰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오늘 회견으로 자신들의 책임회피를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신뢰하기 어려운 세력이란 점을 거듭 확인시켜주었다”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안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지난 1월 한때 15%~17%까지 올랐으나 최근 8% 안팎에 정체돼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고양의 수도권 서북부 경제 중심지 도약을 위해!' 고양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후보가 독자 완주를 하더라도 10% 미만 득표율이면 기탁금 3억 원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안 후보의 정치 미래도 밝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안 후보 간 단일화 무산 과정에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유권자들이 지난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으로 나타나는 등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었다. 이들은 투표율이 다가오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양강 구도에서 윤 후보 쪽으로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후보가 결렬되었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물밑 대화가 있었다는 과정을 윤 후보 측이 공개한 까닭에 안 후보에 대한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가장 덕을 본 건 이재명 후보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간담회를 열고 “야권 단일화 문제는 더는 민주당에서 고려하거나 신경 쓸 변수가 아니다”라고 여야 후보 단일화는 시간과 조건상 더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안 후보는 대선 완주를 선언한 것 아니냐”며 “그 뜻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표면상으론 통합정부론으로 연대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정권 교체를 원하는 표만 분산시켜도 실익이라는 계산이다. 황 평론가는 “(민주당 입장에서)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해)줄듯 말듯한 태도로 열흘 지나면 그만이다”라며 “완주해주면 고마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결정을 두고 정무적 판단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평론가는 “제19대 대선 당시 21.41% 지지율을 기록한 안 후보가 이번에 완주해도 절반 이하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득이 없다”라면서 “(이준석 리스크, 집중적 문자폭탄 등) 기분이 나빠서 좌지우지 된다는 뜻이라 대의를 위한 큰판을 못 읽는다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대선 후보가 없는 무주공산의 국민의힘에서 다음 단계의 정치적 입지를 꾀할 수도 있는데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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