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가진단키트 ‘품귀’ 속사정

입력 2022-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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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당 2000~3000원이던 자가진단키트 가격이 1만 원대로 폭등했다. 정부는 개당 6000원, 1회당 5개 구입으로 통제에 나섰다. 하지만 진단키트 구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한달 전만 해도 하루 1만명이던 확진자가 한달도 채 안돼 10만명을 넘어섰으니 가격 오름세는 어찌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란 시장 경제 논리 때문이다. 조만간 30만 명 씩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진단키트 품귀 현상의 속을 들여다보면 사연이 많다.

작년말 우리보다 두달 먼저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된 미국 정부는 자가진단키트 10억 개를 사들여 각 가정에 무상공급하기 시작했고, 보험으로 구입비 환급에 나섰다. 우리 기업들은 넘쳐나는 수출 수요에 환호성을 질렀지만, 우리 정부는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은 PCR(유전자 증폭) 검사만 고집했다.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정부는 이달 초에야 기존 정책에서 선회해 '선 자가진단ㆍ후 PCR'이라는 새방역 체계를 내놨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 자가진단키트를 대거 수출한 뒤였지만, 미국처럼 무상 공급 ‘인심’도 썼다. 선별 진료소에 우선 공급하고, 유치원·초·중·고교 학생과 직원용 검사 키트 6000만 개도 무상 지급하며, 학생과 교직원의 10%를 별도로 비축하는 방안도 내놨다. 시중에 유통되는 진단키트 품귀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국내 업체는 다수였지만, 지난해 식약처가 국내에서 개인이 살 수 있게 허가를 내준 제품은 3개에 불과하다. 다급해진 정부는 이달 들어 제조업체에 수출을 통제했다. 13일 이후 선적하는 진단키트에 대해서는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이제 와서 공급 품목도 확대하고 있지만 너무 늦다. 2월 들어 허가된 진단키트는 6개 품목에 달한다. 수출이 한창인 기업을 배려해서일까. 새로 허가받은 제조사들 중에는 업계에서 생소해하는 업체도 여럿이다. 이들 제조사는 부랴부랴 생산시설과 인력을 확충하고, 원부자재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예측은 틀려도 너무 틀렸고, 공급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2년 전 마스크 대란의 학습효과는 없었다. 정부가 자화자찬해온 ‘K방역’은 45만 명이 재택 치료에 내몰려 스스로 마스크, 진단키트, 해열제를 구하는 각자도생으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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