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6일 우크라 침공설’ 예측은 왜 빗나갔나

입력 2022-02-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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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신호정보 잡아낼 첨단 시스템 보유
푸틴 정권의 계획과 의도 파악할 역량은 약화
이너서클 접근에 어려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다. 이날을 디데이로 지목했던 미국의 예측이 일단 틀린 셈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히스테리를 부린다며 역공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러시아의 계획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후, 미국의 러시아 정보활동의 성과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작년 12월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100개 대대전술단으로 구성된 17만5000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초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측은 105개 대대전술단, 약 15만 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보 활동이 일정 부분 성과를 보인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내부 정보 파악 능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계획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이너서클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정보기관 관리들은 미국이 러시아의 신호정보(Signals Intelligence, SIGINT)를 잡아낼 첨단 시스템은 보유하고 있지만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활동하는 스파이 역량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통신 감청 정보 등을 통해 현재 움직임은 잡아내더라도 푸틴 정권이 병력으로 무엇을 할 계획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예측의 불확실성은 커졌다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푸틴의 머리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며 “그의 동기, 의도, 현 시점에서의 결정에 대해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대의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도착했다. 리브네/UPI연합뉴스

나토가 확보한 통신 감청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는 수일 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었다. 미국 관리들도 동맹국에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단 이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러시아 외무부는 이를 빌미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관련 내놓는 정보를 믿지 말아야 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해당 정보가 부정확했던 것인지, 러시아가 공개된 날짜를 일부러 피해간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미 전ㆍ현직 정보 관리들은 냉전 초기 소련을 감시하기 위해 창설된 중앙정보국(CIA)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테러리즘, 이란 및 북한의 핵 프로그램 등 다른 위협이 우선시됐음을 인정했다. CIA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막대한 자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정보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 비정규군 배치를 늘리면서 CIA가 원래 뿌리를 되찾고 있다며 미국 정보기관이 러시아 관련 정보 수집과 사건 분석을 위한 전문가의 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당국이 러시아 스파이 활동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러시아 지도층의 계획과 의도는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부문으로 남아 있다고 전직 관리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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