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전 대통령,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돼

입력 2022-02-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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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범죄인 인도 요청 하루 만에 이뤄져
2004년 이후 약 50만 kg 코카인 밀매 관여 혐의

▲15일(현지시간)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가운데)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마약 밀매 혐의 등으로 수도 테구시갈파 자택에서 체포돼 수갑을 찬 채 경찰본부에 도착하고 있다. 테구시갈파/로이터연합뉴스
한 나라의 지도자였던 인사가 마약 범죄에 연루돼 퇴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지난달 두 차례의 임기를 마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마약 밀매 등의 혐의로 15일(현지시간) 수도 테구시갈파 자택에서 체포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온두라스 경찰은 미국 정부가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지 하루 만에 체포를 단행했다. 에르난데스는 수갑을 손과 발에 차고 경찰이 제공한 방탄조끼를 입은 채 구속돼 특수부대 기지로 이감됐다. 그는 24시간 이내 첫 재판 심리를 받게 된다.

미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서에 따르면 에르난데스는 2004년 이후 약 50만 kg의 코카인 밀매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 그는 임기 초기 마약 퇴치 노력으로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칭송을 받았지만, 실상은 국가 지도자로서 범죄를 주도했던 셈이다.

에르난데스는 그동안 자신의 혐의에 대해 마약 조직원들이 자신에게 복수하고 형량을 줄이고자 허위 주장을 펼쳤다고 주장해왔다. 하원의장 시절인 2012년 온두라스인을 미국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것도 자신의 결백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대통령에 취임해 지난달 27일 두 차례 임기를 채우고 시오마라 카스트로 현 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미국 검찰은 에르난데스가 대통령이었을 때 이미 그에 대한 혐의를 포착했다. 미국 방문 중 체포된 에르난데스의 동생 토니 에르난데스의 2019년 8월 재판에서 전 대통령이 공모자로 지목됐다. 검찰은 이들 형제는 ‘국가가 후원하는 마약 밀매’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토니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020년 4월 미국 검찰이 마약 밀매 등 혐의로 온두라스 전 경찰청장을 기소했을 때에도 공모자로 지목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에르난데스는 전 경찰청장에게 살인을 포함한 여러 임무를 맡겼다.

그는 1998년 온두라스 서부 주요 마약 밀매 지역인 렘피라를 대표하는 의원이 되면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2010년 하원의장이 됐고 4년 후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검찰은 그가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부분적으로 마약 밀매자들로부터 받은 막대한 뇌물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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