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 조사 현장감식도 마쳐
입주예정자 "다 허물어야" 목소리
진단결과 따라 철거범위 결정될 듯
전체철거 땐 비용 4000억원 추산
재시공 기간은 최대 4년 소요 예상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은 마지막 실종자 수습이 끝나면서 붕괴 원인과 책임자를 밝히기 위해 이날을 마지막으로 이틀간 현장감식을 마쳤다. 수사본부는 구조 도면과 실제 시공 상황을 비교하고 3D 스캐너 등을 활용해 붕괴를 야기한 구조적 원인을 정밀하게 살펴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향후 현장감식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정밀 분석해 구조적 붕괴 원인에 대한 과학적 증명에 나설 예정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대석 광주 서구청장은 브리핑을 열고 “붕괴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는 3월 이후 입주 예정자들과 협의해 전문기관에 정밀 안전진단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구청은 입주예정자협의회, HDC현대산업개발, 감리단 등과 협의해 전문기관을 선정해 정밀 안전진단을 의뢰할 방침이다. 이 결과에 따라 공사 재개 등 철거 여부가 결정된다.

붕괴된 201동의 경우 전면 철거는 유력하지만, 나머지 7개 동에 대한 재건축 여부가 관건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단지 전체가 201동과 동일한 공법으로 지어진 만큼 ‘전체 철거 후 재시공’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승엽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 대표는 “847가구, 4000여 명이 넘는 입주 예정자들은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가 안 되는데 어떻게 그런 집에 들어가 살 수 있겠냐”며 “안전진단 결과와 상관없이 전체 철거 뒤 재건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입주 예정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철거비용, 수분양자 위약금 등을 포함해 4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8개 동, 847가구 규모로 짓는 화정 아이파크 단지 도급액은 2557억 원이다. 현재까지 투입된 공사비는 1500억 원에 달한다. 전면 철거할 경우 철거비용 15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붕괴사고 사망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백화점과 인접한 도심 속 아파트를 철거하는 사상 초유 상황에 철거공법을 논의하는 데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화정 아이파크처럼 도심 속 초고층 건물을 철거한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철거 후 재시공 여부는 정밀 안전진단 결과에 달렸다. 안전진단 결과 전체 철거가 아닌 201동만 재시공으로 결론나면 나머지 7개 동은 존치될 수도 있다. 201동 철거 후 재시공에만 최대 3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화정 아이파크는 각 단지가 600가구에 못 미쳐 시장이 아닌 구청장이 허가권자다. 서구청은 국토교통부, 광주시 등과 협의해 건축물 처리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정밀 안전진단을 거쳐 적절한 철거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부분 보수를 통한 공사 재개도 가능하지만 입주자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