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이 바라본 가상화폐의 미래

입력 2022-01-30 06:00수정 2022-02-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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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상화폐 시장 전환점...최고점 잇달아 경신
올 들어 비트코인 가격 최고점 대비 반 토막
가상화폐 시총 1조 달러 이상 증발
명확한 규제가 최대 변수...큰손 참여도 관건

▲비트코인.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들어 가상화폐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주요 코인 가격은 반 토막났고 전체 시가총액도 최고점 대비 1조 달러 이상 증발했다. 불과 작년 잇달아 최고가를 경신하며 주류 편입을 가속화하던 게 무색할 정도다. 가상화폐 겨울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올해 가상화폐 시장을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작년 가상화폐 시장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보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기관과 기업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6만9000달러를 터치하며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4280달러까지 치솟아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주류 편입 기대감에 고무된 시장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올 들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대표적 위험자산인 가상화폐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가격은 최고점 대비 반 토막나며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80% 이상 폭락했던 2017년의 가상화폐 침체기가 또다시 다가오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올해 가상화폐 시장을 좌우할 변수 중 하나로 규제를 꼽았다. 규제 불확실성이 사라질 경우 가상화폐 시장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가상화폐 관련 법과 가이드라인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운용사 앰버그룹의 책임자인 제프리 왕은 “규제가 가상화폐 산업의 최대 골칫거리”라며 “시장은 명확한 규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모든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가상화폐 채굴도 전면 금지했다. 세계 3위 비트코인 채굴국인 러시아도 가상화폐 철퇴를 검토 중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융안정성과 시민의 복지, 통화정책 등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러시아 역내 가상자산 사용과 채굴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중앙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여 중국에 이어 가상화폐의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출처 코인데스크
가상화폐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이들 국가와 달리 미국은 아직 입장이 불분명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미국에서 가상화폐를 금지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반면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당국의 개입 의지를 밝혔다. 겐슬러 SEC 위원장은 올해가 가상화폐 규제의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경우 어떤 종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명확한 지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상화폐 투자자를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올해 가상화폐 거래소 단속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에 투자하더라도 그 프로젝트가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수익이 발생할 경우 제대로 된 법적 공시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세청(IRS)도 가상화폐 관련 세금 신고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가상화폐 관련 세금 계산 소프트웨어 개발사 코인트래커의 세수 전략 책임자인 세한 찬드라세케라는 거래소가 세금 양식을 발행하면 세금 신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명확한 규제는 해당 산업에 결국 이점이 된다는 평가다. 왕 책임자는 “주마다 관계 기관이 다 다르다”며 “명확한 규제는 가상화폐의 주요 장애물이 제거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ATM 운영업체인 코인플립의 벤 와이스 최고경영자(CEO)도 “현명한 규제는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작년 9월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또 다른 관심사는 상장지수펀드(ETF) 허가다. 지난해 10월 첫 비트코인 ETF인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O)’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익숙한 방식이 새로 생긴 셈이다. 그러나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비트코인 선물 ETF만 거래된다는 이유에서다. 비트코인 연계 ETF인 BITO는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선물 기반 ETF다. 선물 거래는 미래의 특정 날짜에 현물을 미리 약속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계약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선물은 실제 가상화폐의 일반적인 추세를 추종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을 직접 추종하지 않는다.

큰손들의 더 많은 시장 참여도 주목할 점이다. 작년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많은 기업들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참여했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는 비트코인 결제를 연내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핀테크 기업 페이팔과 스퀘어도 가맹점에서 가상화폐로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은 비트코인 결제 가능성을 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더 많은 기업들이 가상화폐 결제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했다. 와이스 CEO는 “더 많은 기업 및 기관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며 “아마존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 참여는 도미노 확산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마존은 최근 디지털 통화와 블록체인 분야를 이끌 인력 모집에 나섰다. 월마트 역시 가상화폐 전문가를 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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