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효과 영향 커… 올해 성장률 달성 미지수
4%라는 수치는 2020년 역성장의 기저효과와 정부의 추경(추가경정예산) 집행이 받쳐줬기 때문에 달성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견조한 수출과 민간 소비 회복이 경제 성장을 견인했음에도 ‘반쪽 성장’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미크론 변수와 공급망 불안, 미국의 통화정책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국민의 체감 경기는 더 궁핍해지고 있어, 수치와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이 ‘2021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한 후 기자설명회에서 황상필 경제통계국장은 “2020년 -0.9%와 2021년 4%를 종합하면 연평균으로는 1.5%가 된다”라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위기의 원인이나 경제규모, 당시 성장률 추이가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상당한 수준의 회복세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저효과 질문에 대한 답이었는데, 바꿔말하면 코로나19 사태 직후 2년간 경제성장률은 1.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역대 경제위기 상황 때와 비교하면 회복 속도는 더디다. 외환위기 직후(1998~1999년) 2.8%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9~2010년) 3.8%보다 낮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저효과를 제외하고 최근 2년을 보면 1.5%로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인 2% 수준보다 낮다”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경제 성장을 견인한 수출이 올해 역시 견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작년 수출은 9.7%로 성장해 전년(-1.8%) 대비 대폭 상승했지만, 동시에 수입도 8.4%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다. 수출 여건은 좋아질 수 있지만, 수입물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쪽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과 여러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고 있어 수입물가 부담이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간소비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은 3.6%를 기록했다. 2008~2009년 금융위기 직후 경제가 반등했던 지난 2010년(4.4%) 이후 최고치다.
특히 3분기에는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민간소비도 침체됐지만, 4분기 들어 다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도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추경 예산 등 정부의 지출 확대가 뒷받침한 성장이란 한계가 있다.
황상필 국장은 “지난해 10~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와 정부의 추경 집행 효과로 부진했던 소비가 4분기 들어 살아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12월 들어서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과거보다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거보다 하락하는 폭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경제 성장률과 국민 체감 경제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황 국장은 “코로나 위기 국면이 지속하다 보니 영업시간 등 제한 조치가 많아서 시장에서 느끼기에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도 너무 높고, 질 좋은 일자리도 많이 없다”며 “국민이 경제성장을 체감하지 못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