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초심으로 돌아가겠다…사건 입건에 관여 안 할 것"

입력 2022-0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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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1주년인 21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며 공수처 1주년 소감을 밝히고 있다.(공동취재사진)

김진욱 고위공직자수사처장이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견제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되새기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21일 오후 2시 열린 취임 1주년 기념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 부서장 9명, 검사 16명 등 28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진행됐다.

김 처장은 “공수처 책임자로서 국민께 드린 약속에 따라 어려움이 있더라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처장이 사건 입건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사건 입건과 관련한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선별해 입건한다는 저간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공수처장이 사건을 선별해 입건하도록 한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수사 진행 과정에서 절차 시비에 휘말리고,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점, 특히 최근 통신자료 제공요청과 관련해 국민께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에 대해 우려하시는 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혹여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른 것은 아닌지, 근거 법령을 준수해 조회를 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조회 범위가 과도했던 것은 아닌지 등을 되돌아 보면서 앞으로 수사에 있어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협조하면서도 견제하는 상생 관계를 정립하고 새로운 조직문화와 수사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처장은 내부 구성원에게 “서둘러 일하기보다는 천천히 서두르는 호시우행의 자세로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기념사 전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가족 여러분!

지금부터 1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초대 공수처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민 앞에서 몇 가지 약속 말씀을 드렸습니다. 공수처가 받은 권한,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국민이 부여한 권한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면서 성찰적 권한 행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실천 방안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겠다, 적법절차의 준수와 인권 친화적 수사를 지향하면서 다른 수사기관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관계를 구축하겠다, 공수처만의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이번에 취임 1주년을 맞이하며 위와 같은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성찰해 보았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미흡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견제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되새기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겠습니다. 공수처의 책임자로서 국민께 드린 약속, 그리고 그 약속에 따라 지는 책임은 무한책임으로 생각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작년에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공수처가 인권 친화적 수사를 지향하면서 사건을 선별하여 입건하는 제도를 채택했는데 몇몇 사건들의 경우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하기 위해 입건한 때부터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일었던 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가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선별하여 입건한다는 저간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공수처장이 사건을 선별하여 입건하도록 한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하여 처장이 사건 입건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사건 입건과 관련한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입건 후에는 검사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주도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도록 하여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최대한 유의하겠습니다.

둘째,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 인권 친화적 수사를 하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일부 수사 진행 과정에서 절차 시비에 휘말리고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점, 특히 최근에 통신자료 제공요청과 관련하여 국민들께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에 대해 우려하시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혹여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른 것은 아닌지, 근거 법령을 준수하여 조회를 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조회 범위가 과도했던 것은 아닌지 등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수사에 있어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습니다.

셋째,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상호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상생의 관계를 정립해 가는 가운데 새로운 조직문화와 수사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신설기관 공수처는 지금 조직문화와 수사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기존의 검찰이나 경찰의 조직문화나 수사시스템 중에서 장점은 받아들이되 문제점은 지양하면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공수처만의 바람직한 조직문화와 수사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개선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호 견제와 갈등의 측면만 과도하게 부각되지는 않았는지 또한 성찰하면서 상호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상생적인 관계로 발전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공수처의 수사 등 업무 처리에 있어서 이념적 지향점이고,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 친화적 수사가 절차적 지향점이라면, 공수처의 조직문화나 수사시스템은 위 2가지를 실현하기 위한 메커니즘(기제)이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수사시스템은 수사를 수행해 가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수사를 통제하는 시스템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수사시스템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물론이고 적법절차의 준수나 인권 친화적 수사가 비로소 담보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제한이 가해지는 등 수사환경이 날로 변모하고 있는바, 인권옹호의무와 객관의무를 부담하는 공수처 검사의 역할 역시 이러한 변화된 수사환경에 따라 변모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와 수사시스템으로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수처 가족 여러분!

공수처가 지난 25년간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견제라는 시대적 과제에 따라 탄생한 국가기관이기는 하지만, 입법과정에서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일반 직원 20명의 미니(mini) 조직으로 구성된 데다가 수사 경험이 풍부한 인력들의 검사 지원이 부족했던 인적 한계, 독립된 수사기관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정부종합청사의 사무공간 한켠에 자리 잡게 된 물적 한계, 공수처 검사의 임기가 3년, 수사관의 임기가 6년으로 규정되고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상호 권한과 책임 등이 분명하지 않게 설정된 규범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작년에 공수처는 이러한 불비한 여건 속에 여러 건의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께 다소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려 질책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를 비롯한 공수처의 구성원들은 여건이 불비하다고 불비한 여건만 탓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여건이 불비하면 불비한대로,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항상 되새기면서 국민들께서 공수처에 기대하고 맡겨 주신 소임, 최선을 다해 수행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공수처의 구성원들은 헌법 제7조에 따라 국민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존재임을 언제나 잊지 말고, 각자의 권한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기대되는 역할과 소임, 그리고 이에 따른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일해야 할 것입니다. 초대 공수처가 지금 제 자리를 잡는 과정에 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자리가 잡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각자가 제 위치에서 자기 역할과 소임, 그리고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공수처가 제 자리를 잡게 됨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공수처를 대표하는 처장은 수사와 공소제기·유지라는 업무 외에 대국회·대언론 협력 업무를 비롯하여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의 대외적인 모든 행위에 대해 기관을 대표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이고, 저는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기꺼이 질 것입니다. 앞서 수사시스템 정립에 있어서 수사의 수행 시스템뿐만 아니라 통제시스템도 중요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공수처 검사의 지위를 겸하면서 기관의 책임자이기도 한 처장에게는 수사에 대한 통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최근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서도 그렇듯이 국민들께서는 수사에 있어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를 대표하는 처장은 공수처의 수사 결과 등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만큼 내·외부의 통제시스템을 강구하여 수사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적절하게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정립함으로써 사건 수사 등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 이상으로 수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인권과 관련한 문제점은 행여 없는지 등이 상시적으로 점검된다면, 공수처와 공수처의 수사 역시 국민의 신뢰를 얻어 가리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 일해오신 공수처 가족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2022년 서둘러 일하기보다는 천천히 서두르는 호시우행의 자세로 일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1.2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김 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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