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만 난리 난 것 아냐…글로벌 의료기기 업계, 반도체 품귀 영향 장기화

입력 2022-01-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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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최소 올해 중반까지 반도체 부족 현상 지속 전망
수익성 떨어지는 비첨단 반도체 사용에 관심 밀려
같은 반도체 사용하는 공작기계, 가전제품 제조사도 울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필립스 본사. 암스테르담/AP뉴시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다른 산업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에서 반도체 품귀 영향이 장기화하고 있어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의료기기 선도 업체인 네덜란드 필립스는 최소 올해 중반까지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필립스의 프란스 반 호텐 최고경영자(CEO)는 “공급 부족은 지난해 10~12월 심각해졌다”며 “적어도 올해 중반까진 상황이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도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일부 반도체 리드타임(납품 기간)은 420일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기기 등에 이용되는 비첨단 반도체의 생산설비 확대가 상대적으로 늦어지고 있는 탓이다. 비첨단 반도체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만큼 그간 설비투자 측면에서 첨단 라인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반 호텐 CEO는 “반도체 부족은 정밀진단기기 등의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며 “공급 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을 3%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업계의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는 미국 상무부 자료에 고스란히 담겼다. 앞서 상무부는 주요 반도체 제조사와 관련 업계 등에 각종 반도체 가격 동향과 리드타임 등이 담긴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약 160건이 접수된 자료엔 곤경에 처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료기기 제조사들이 많았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필립스 역시 미국법인을 통해 자료를 상무부에 제출했다. 자료에서 필립스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벌어지기 전 8~12주였던 리드타임이 1년 이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정 반도체의 경우 60주를 넘기도 했다. 필립스는 “향후 6개월간 조달분으로 2164만 달러(약 258억 원)어치가 필요하지만, 실제 기대할 수 있는 규모는 1412만 달러에 머문다”고 밝혔다.

후지필름에서 초음파 진단장치 제조를 맡는 소노사이트 역시 상무부에 제출한 자료에서 “주요 공급업체 대부분 반도체 납품 기간을 최소 26주로 제시하고 있다”며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수급 압박에 위조 반도체 유통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 기업도 더러 있었다.

공작기계와 가전제품 제조업체들도 의료기기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들 역시 비첨단 반도체를 사용 중이다. 미국전기공업협회(NEMA)는 “비첨단 반도체 기술은 다양한 제품과 인프라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차세대 첨단 반도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으로는 현 문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호소에도 당장은 공급난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컨설팅기업 딜로이트는 “올해 내내 많은 종류의 반도체가 여전히 부족할 것이고 일부는 2023년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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