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장이 돌아온다...‘공급망 혼란’에 리쇼어링 기업 늘어

입력 2022-01-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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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장 이전· 생산시설 투자 확대하는 기업 늘어나
리드타임 길어지고 불확실성 커지자 해외 생산거점 재검토
탄소 배출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도 흐름 부추겨

▲제너럴모터스(GM)의 미시간주오리온타운십 공장에서 한 직원이 전기차 쉐보레 볼트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오리온/AP뉴시스
해외에 흩어졌던 미국 제조기업들의 생산시설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해외 공장과 관련한 리드타임(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과 불확실성이 커지자 본국으로 생산시설을 회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공급망 혼란 속 미국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중국 등 해외로 이전했던 공장을 본국으로 복귀시키는 이른바 ‘리쇼어링(본국회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12월 미시간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40억 달러(약 4조8060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도요타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3억 달러 규모의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월 향후 10년간 메모리 칩 제조·연구 개발에 1500억 달러 이상 투자할 것이며 투자금 일부를 미국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텍사스에 170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최근 투자 계획을 생산시설의 리쇼어링 기조로 해석하고 있다.

리쇼어링은 사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핵심 과제였다. 저가 노동력을 찾아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이전했던 공장들을 본국으로 옮겨 미국 중산층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중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의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고, 무역 전쟁도 불사했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행정부의 노력에도 기업들은 크게 호응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해외에 생산거점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은 이러한 분위기를 180도 역전시키는 ‘티핑포인트’가 됐다. 코로나19 여파에 운송이 지연되고 운임은 급등한 가운데 기업들이 핵심 부품이나 완제품을 적시에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커졌다. 이에 생산시설을 소비자들이 있는 곳에 더 가깝게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도요타 북미법인의 팀 잉글 기업전략 부문 부사장은 “공장을 고객과 가까이 두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면서 “큰 노력이 들지만, 이것이 곧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릭 버크 전무는 “팬데믹이 계속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면서 “이제 비용이 아니라 공급망 복원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혼란이 국가안보 우려로 이어진 것도 기업들의 리쇼어링으로 이어졌다. 컨설팅 업체인 EY-파티넌은 자동차와 반도체, 방위산업과 항공, 제약 등 안보 관련 기업이나 고부가 가치 산업 중심으로 기업들이 미국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속가능성’이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운송 과정에서 탄소 배출과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최대 수요처 인근 저비용 국가로 움직이는 ’니어쇼어링‘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공급망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운송 시간을 축소해 탄소 배출도 줄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멕시코가 대표적인 ’니어쇼어링‘ 국가다. 프랑스와 독일 수요처 인근 동유럽에 생산시설을 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미국에 공장들이 늘어나면 고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5년 전만 해도 미국 내 생산시설 고용자는 1700만 명에 달했으나 공장들이 해외이전하면서 2010년 고용자 수는 115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현재 제조업 종사자는 1250만 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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