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사들인 해외 주식의 수익률이 코스피ㆍ코스닥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해외 주식과 펀드 투자로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2배를 벌어들인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1위 종목은 테슬라였다. 순매수액은 28억6903만 달러(약 3조4352억 원)로, 2위 애플(7억7166만 달러ㆍ약 9243억 원)의 3배가 넘는 순매수 금액을 기록했다.
3위는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로 나타났다. 해당 ETF의 순매수액은 7억5702만 달러(약 9067억 원)에 이른다.
뒤이어 알파벳(7억482만 달러), 엔비디아(6억7152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5억8933만 달러), 메타(5억8898만 달러)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테슬라는 2년 연속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서학개미의 테슬라 사랑에는 높은 수익률이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한 해 테슬라 주가는 49.76% 상승했다. 지난해 저점인 3월 8일 종가(563달러)와 고점인 11월 4일 종가(1229.91달러)를 비교하면 수익률은 118.46%에 달한다. 743.4%라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했던 재작년보다 상승 폭은 줄었지만, 견조한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지난해 말 ‘천슬라’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간 애플(33.82%), 알파벳(67.06%), 엔비디아(125.29%), 마이크로소프트(51.21%) 등도 주가가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3.63%. 6.77%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해외 주식의 성과가 뚜렷하다.
서학개미가 벌어들인 수익도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재작년에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과 펀드 투자를 통해 낸 평가 차익은 61조737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영업이익(35조9939억 원)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관 잔액은 779억1344만 달러(약 93조3886억 원)로, 재작년보다 약 40조 원 늘어났다. 대형 기술주의 강세와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서학개미는 2년 연속 높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3000선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개미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해외 주식 가운데 투자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주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유동성 축소로 기업 이익 개선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0년 3월 이후 지난해까지 상승장만 경험해 왔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공급망 병목 현상, 통화정책 정상화, 자국 내 공급망 구축 등의 변수가 미국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1월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 시 유동성 여건이 타이트해지면 성장주의 추가적인 조정이 나타날 수 있어 경계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