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20~2025년 약 7만~9만 명 추가 인력 필요
“공학도들, 반도체 대신 앱 개발에 더 흥미” 지적도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노동력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력 부족 문제는 많은 산업이 겪는 문제지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반도체 업계는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반도체 제조 과정이 대부분 자동화돼있음에도 여전히 시설 장비를 운용하는 데는 숙련된 직원이 필요한 탓이다. 오히려 업계 내 일부 분야에선 예외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군다나 인텔과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업체들은 향후 몇 년에 걸쳐 반도체 제조 시설을 확장하기로 한 만큼 인력은 더 필요해진 상황이다. ‘팹’으로 알려진 반도체 제조 시설 하나를 운영하려면 대학에서 교육받은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WSJ는 설명했다.
실제로 인재관리업체 에이트폴드는 2020~2025년 사이 미국에서만 약 7만~9만 명의 직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 공급망으로부터 자립 강화를 모색하는 미국 의회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필요 인력은 30만 명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TSMC가 있는 대만은 지난해 고용과 피고용 간 격차가 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기준 반도체 업계의 월평균 부족 인력은 2만7700명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국립대만대의 야오원창 전기공학과 학과장은 “인재 부족 문제는 주로 수요 증가로 인해 더 심각해졌다”며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 대표 반도체기업 ASML의 짐 쿤먼 수석 부사장은 현 상황을 “인재 영입을 위한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회사 인력은 매년 10% 이상 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말처럼 인력 부족은 급격히 늘어난 반도체 수요와 이에 따른 업계의 외연 확장 측면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업계에 대한 인식이 바뀐 점도 한몫한다. 대학 졸업생들이 반도체 업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로체스터공과대의 산토시 쿠리네크 교수는 “전기공학과를 신청한 학생 수가 1980년대 중반 50명에서 현재 10명으로 꾸준히 줄었다”며 “일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또는 누군가를 위한 앱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WSJ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전공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직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의회에 로비하고 있다”며 “인재 영입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