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춤추는 경제정책] 재원 마련 대안 없이… 與野 ‘수백조 퍼주기’ 공약 남발

입력 2022-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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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소상공인 대상 25조 지원에
국민의힘 “100조 투입” 맞대응
李, 기본소득도 年 50조 소요
尹, 청년표 겨냥 ‘도약계좌’ 도입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유권자들의 쓴소리가 연일 터져 나왔다. 부동산, 코로나19 지원금 등 경제와 관련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 정책은 유권자의 관심이 가장 많은 분야다. 정권 재창출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히는 이유다. 표와 직격되다 보니 정권마다 퍼주기식 포퓰리즘 경제 정책은 단골 공약이다. 경제 논리가 사라진 자리를 이념과 정치가 꿰찼다. 올해 대선도 마찬가지다.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표심을 의식한 공약들이 봇물을 이룬다. 최근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를 동결하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부동산 세제 완화를 강조하자 백기를 든 것이다. 일각에선 ‘일회성 대선용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벌써부터 차기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을 예고한다.

◇ 포퓰리즘 경쟁= ‘코로나19 피해지원금’이 가장 큰 화두였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폭발성이 크다. 여야 대선 후보가 제시한 공약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하면서 규모가 25조 원에서 100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 후보는 25조 원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로 선공했다. 그러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50조 원 지원 공약으로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한발 더 나아가 당 차원에서 “집권하면 10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대선 후까지 기다리지 말고 100조 지원안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역공을 폈다.

불과 몇 주 사이에 지원금 규모가 25조 원에서 100조 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100조 원은 사상 최대치인 내년도 예산(607조 원)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재원 마련에 대해 부처 예산을 5~10% 줄이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정해진 부처 예산을 줄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재원 마련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대안도 없다.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이 후보는 기본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본소득의 경우 2023년부터 연간 청년 125만 원, 전 국민 25만 원 지급을 시작으로 임기 중에 청년 200만 원, 전 국민 100만 원으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단순 계산으로 5000만 명에게 100만 원씩만 지급해도 50조 원이 든다. 재원은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등을 신설하고, 재정구조 개혁과 조세감면 축소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등 기본시리즈의 하나인 ‘기본대출’도 핵심 공약이다. 기본대출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 원을 장기간(10∼20년) 저리(약 2.8%)로 대출해 주는 내용이다. 윤 후보 역시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청년들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취업 후 연간 250만 원 한도로 납입액의 15~25%를 국가가 보조하는 ‘청년도약계좌’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모두 재원 마련 대책이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방역지원금) 지급 계획도 철회한 바 있다”며 “유연성을 앞세운 실용주의를 표방하지만, 선심성 공약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본대출이란 것은 통상적인 금융업무에서 적용할 수 없는 개념이고, 재정을 투입하면서 ‘대출’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李, 30년 이상 거주 기본주택
공공성 확대 좋지만 수兆 들어
尹, 청년 원가주택·역세권 첫 집
택지확보·수요 맞추기 어려워

◇ 부동산 공약 실효성은= 이 후보 주택 공급 정책은 기본주택에서 출발한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차료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임기 내 공급하기로 한 주택 250만 가구 중 최소 100만 가구를 이 기본주택으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부동산 해법은 주거 공공성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이 역시 수조 원이 들지도 모를 재원 마련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이 없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

윤 후보가 내세운 30만 가구 ‘청년 원가주택’(5년 이상 거주 후 원가와 차익의 70% 더한 금액 회수), 20만 가구 ‘역세권 첫 집’(역세권에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 등도 택지확보 자체가 힘들고 설사 숫자를 채우더라도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공급하기가 어려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 과거 정권서 ‘용두사미’ 된 공약= 과거 대선 후보들이 내놨던 장밋빛 미래는 종국에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여야 유력 후보가 내놓은 경제공약 역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노무현 정부 시절 수도 이전, 지역균형발전 정책, 복지지출 확대,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도 표를 겨냥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747 공약’이 대표적이다. 7% 성장·10년 내 1인당 국내총생산 (GDP) 4만 달러 달성, 10년 내 세계 7강 달성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당시 경제성장률은 줄곧 2∼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 개선, 대기업집단 불법행위 및 총수 일가 사익편취 엄중 대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2013년 8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걸 계기로 공정거래 관련법 등 추진이 사실상 중단됐다.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던 ‘창조경제’는 최순실 게이트 비리로 번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노동 친화적인 정책을 들고 나온 문재인 정부는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최저임금 1만 원은 끝내 달성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경제를 자본과 노동, 고용주와 피고용인으로 나눠서 보는 이분법적 사고를 들이대면서 자영업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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