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6년 만의 대형 '인수ㆍ합병(M&A)' 본격 시동

입력 2021-12-29 15:29수정 2021-12-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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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후년까지 의미 있는 M&A 공언
부회장 승진한 정현호 사업지원TF장 중심 공격 추진
M&A 전문가 임병일 부사장도 전자 이동해 지원사격

올해 초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인수ㆍ합병(M&A)을 하겠다"고 공언한 삼성전자가 내년을 본격적인 M&A 추진 원년으로 삼고 공격 행보에 나선다.

지난 8월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데다, 최근 인사를 통해 2016년 하만 인수 후 6년 만의 대형 M&A 채비를 마쳤다.

2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사에서 부회장에 승진한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을 중심으로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현호 부회장은 삼성전자 및 전자계열사 간 시너지를 발굴하고 '뉴 삼성'을 위한 M&A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M&A 전문가도 영입했다. 삼성증권 임병일 부사장이 삼성전자로 이동한 건데, 임 부사장은 리먼브러더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UBS증권 서울 지점을 이끌면서 주로 해외 M&A와 투자를 자문한 인재다. 지난 6월 삼성증권에 영입됐고, 6개월 만에 삼성전자로 이동해 사업지원TF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병일 부사장은 사업지원TF에서 정현호 부회장, 안중현 부사장과 함께 M&A 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 부사장은 2016년 9조4000억 원 규모의 미국 전장 업체 하만 인수를 담당한 바 있다

특히 사업지원TF는 수원사업장에서 서초사옥으로 자리를 옮기며 M&A를 비롯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 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TF 등 계열사별로 별도의 TF를 두고 운영 중이다.

이 중 사업지원TF가 핵심이었는데 TF팀장 정현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인수 합병을 위한 삼성전자의 실탄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17조7524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텍사스 테일러시 공장 건설에 필요한 20조 원을 감안해도 100조 원 가까운 유동성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 (연합뉴스)

업계와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업체나 로봇,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로봇의 경우, 연말 조직개편에서 로봇사업팀이 새롭게 출범하는 등 신성장 사업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로봇은 비대면 수요 증가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과 결합해 성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내외 로봇 기업이 인수 대상에 오를 것으로 추측된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으로는 네덜란드 NXP세미컨덕터즈,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주요 후보군이다.

파운드리 업체 역시 인수합병 대상이다. 다만 인수협상에 성공한다 해도, 각국 정부의 반독점 심사 기구들이 승인을 미뤄 인수가 불발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제2의 반도체로 점찍은 '바이오 사업'과 관련한 M&A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형 인수합병을 위한 초석 다지기로 신성장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도 꾸준히 나서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에는 삼성전자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가 메타버스(Metaverse)용 아바타 플랫폼 회사 '레디 플레이어 미'(Ready Player Me)가 유치한 1300만 달러(15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삼성은 올해 들어 NFT(Non Fungible Tokenㆍ대체불가토큰), 가상플랫폼 등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폭넓게 투자를 단행하는 양상이다.

지난 3월 NTF 거래 플랫폼 업체 슈퍼레어를 시작으로 NFT 게임 개발사 대퍼랩스, 블록체인·NTF 개발업체 알케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엔 NFT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오프’(OFF)에도 투자했다. 이 기업 역시 레디 플레이어 미와 유사하게 NFT 아바타를 기반으로, 물리적 세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투자 행보는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해당 산업들의 성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넥스트가 투자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메타버스 시장 내 가상 자산으로 활용될 만한 콘텐츠를 수익모델로 내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자금으로 공장을 짓고 투자하는 식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면, 이제는 M&A를 통한 신사업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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