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채권 없나요?”, 국내 기업 발행 외화채 글로벌 시장서 귀한 대접

입력 2021-12-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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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제금융센터
1월 13일. SK하이닉스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한국 민간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인 25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 업황과 미국 인텔사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따른 흥행 자신감이 있었지만,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이 시작되자 불안은 환호로 바뀌었다. 123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의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억 달러를 모집한 3년물에 28억 달러, 5년물(10억 달러)에 41억 달러가 들어왔다. ESG 채권으로 발행하는 10년물(10억 달러)에도 54억 달러의 매수 주문이 쏟아져 흥행했다.

국내 민간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받은 수요예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발행 금리를 동일 만기 미국 국채 대비 각각 115bp(1bp=0.01%포인트), 140bp, 180bp 줄이는 데 성공했다.

첫 외화증권을 발행한 한국투자증권도 6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기관들이 앞다퉈 ‘사자’에 나서면서 발행예정 금액보다 4.8배 많은 29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금리도 최초 제시 금리 대비 30bp 이상 낮추며 조달 비용을 줄였다.

올해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과 기관들이 발행한 외화채권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한국 채권을 찾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기업들은 싼 비용으로 곳간을 채우고 있다.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통화정책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차별화된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467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340억 달러보다 37% 늘었다. 순 발행 규모는 174억 달러로, 지난해 95억 달러보다 증가했다.

기아는 4년 만에 외화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은 아시아와 유럽, 북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글로벌 본드였다. 동시에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용도로 써야 하는 그린 본드였다. 그룹 차원에서 환경·책임·투명경영(ESG)을 강조하면서 이 같은 발행 전략을 택한 것이다.

네이버는 창사 후 첫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5억 달러(약 5600억 원) 규모의 달러화 지속가능채권 발행 수요예측에 130여 곳의 해외 기관투자가 몰렸다. 사자 주문만 33억 달러(약 3조7200억 원)에 달했다.

또, KB증권이 3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국내 증권사 발행 중 가장 많은 수요자 모집, 국내 증권사 발행 5년 만기 해외채권 최저 가산 스프레드(95bp) 적용 등 가장 성공적인 발행을 했다는 평가다. 투자자 주문은 총 66개 기관으로부터 유효수요 기준으로 14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최종 금리 가이던스 전 최대주문은 약 20억 달러에 달했다.

NH투자증권은 3억 달러 규모 회사채 해외발행에 성공했고, 미래에셋증권도 3억 달러 규모의 유로본드(RegS)를 발행했다. 이외에 우리카드(A3), 국민카드(A2), 신한카드(A2) 등도 2~3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를 발행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매우 견고하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져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물은 해외 기관에 포트폴리오상 신흥국 채권으로 분류되지만, 신흥국 채권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채권으로 인정받고 있어 인기가 높다는 얘기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장은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영향을 받은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의 지원으로 소셜본드 발행이 절반 가까이(48%) 차지했지만, 올해는 그린본드가 57%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면서 “GSS 채권을 발행하지 않아도 투자자 미팅에서 친환경 활동에 관한 질문을 받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대되며 글로벌 GSS 채권 발행액이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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