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바잉' 지역 집값 하락 조짐에…2030세대 "나 떨고 있니"

입력 2021-12-26 17:00수정 2021-12-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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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젊은층 '패닉바잉' 집중됐던
금천·관악구 등 집값 보합 전환
대출 규제에 매수 줄고 매물 쌓여
전문가들 "서울 외곽·경기지역 등
2030세대 집주인 피해 커질 수도"

▲'영끌'이나 '패닉바잉'으로 2030세대 매입이 몰린 서울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의 아파트값이 변곡점을 맞았다. 구로구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바라본 인근 지역 아파트 단지들 모습. (뉴시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하락 조짐에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려 구매)이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해서라도 무리하게 집을 구매한 2030세대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이 주로 매입한 서울 외곽이나 경기 지역의 집값 하락 조짐이 먼저 나타나고 있어서다.

2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1~10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 분석 결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체에서 2030세대의 매입 비중이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은 올해 1~10월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41.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6.5%)보다 5.4%포인트(p) 높아진 것이다.

2030 몰린 '노도강·금관구' 아파트값 상승폭 꺾여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와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은 올해 2030세대의 매입 비중 상승폭이 가팔랐다. 노원구는 2030세대 아파트 매입 비중이 지난해 37.2%에서 올해 49.2%로 12.0%p 급등했다. 관악구는 같은 기간 36.2%에서 47.3%로 11.1%p 올랐다.

도봉구도 2030세대 아파트 매입 비중이 지난해 31.1%에서 올해 41.3%로 10.3%p 늘었고, 구로구는 지난해 41.2%에서 올해 46.7%로 높았다.

문제는 이처럼 2030세대 매입 비중이 높았던 서울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 아파트값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젊은 층의 패닉바잉이 집중됐으나 대출규제로 돈줄이 차단되고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주택 수요가 급감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0일 기준) 은평구 아파트값은 -0.03%를 기록하며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은평구도 2030세대 매입 비중이 지난해 32.5%에서 올해 38.1%로 높아진 지역이다. 관악구와 금천구는 아파트값이 보합 전환하면서 하락을 눈앞에 뒀고, 강북구 0.02%, 도봉구 0.03%, 노원구 0.05% 아파트값이 상승하며, 상승폭이 크게 줄고 있다.

구로구 역시 2주 연속(0.12%→0.09%→0.07%)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했다. 구로구 A공인 관계자는 “수요자들 사이에 집값이 고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수 문의만 늘고 정작 거래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 구도 2030세대 매입 비중이 높은 곳인데, 사정이 급한 젊은 층들이 호가를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워낙 매물이 많아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경기 광명·안양 동안구도 냉각 기류…2030세대 피해 우려

경기지역도 2030세대의 매입 비중이 급증한 지역에서 집값이 먼저 꺾이는 모습이다. 경기 광명시는 2030세대 아파트 매입 비중이 올해 1~10월 53.3%를 기록한 곳이다. 서울, 경기를 통틀어 2030 매입 비중이 가장 높다. 광명시 아파트값은 한 달 전만 해도 주간 상승폭이 두 자릿수에 달했지만, 이번 주 0.02%로 축소되며 주춤하고 있다.

안양 동안구는 2030 매입 비중이 지난해 35.4%에서 올해 51.2%로 15.8%p 오르며 수도권 내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이 33.82%에 달한 안양 동안구는 이번 주 아파트값이 0.04% 상승하는데 그치며 전주(0.09%)보다도 상승폭이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 규제가 지속될 경우 2030세대 매입 비중이 높은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결국 2030세대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2030세대 소유가 많은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돈줄이 끊긴 수요자들이 빠져나가 먼저 집값 하락 조짐이 시작되고 있다”며 “이 상태가 장기화된다면 젊은층의 피해가 가중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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