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터키 경제, 기업들마저 에르도안 공개 비난

입력 2021-12-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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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화 가치 올 들어 55% 폭락
9월부터 4개월 연속 금리 인하 때문...인플레 압박 거세져
기업들 "경제학 따라 정책 복구해라" 성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0월 16일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연합뉴스
터키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2년 가까이 치솟고 있지만, 터키 정부는 주변국 정책을 의식하지 않은 채 나 홀로 저금리 정책을 펼쳐 비난을 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환율이 전날 17리라(약 2만 원)를 넘어서면서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리라화 가치는 최근 30일간 37% 하락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약 55% 폭락했다.

터키 증시 벤치마크인 BIST100지수도 전날 8.5% 하락해 장중 두 번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터키 금융시장이 혼란의 소용돌이 빠진 원인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9월부터 이달까지 4개월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현 기준금리는 9월 대비 5%포인트 인하된 14%다. 금리를 인하하면 자국 통화 가치가 힘을 잃고 통화량이 늘어 인플레이션이 가중할 수 있지만, 당국은 제조업 활성을 이유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다른 국가와 달리 터키는 정부의 영향이 강한 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과 달리 움직였다는 것을 이유로 지난 2년간 중앙은행 총재를 세 번이나 경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정책에 터키 기업가 단체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터키 최대 비즈니스 그룹인 TUSIAD는 성명을 내고 리라화 폭락을 유발한 저금리 기반 통화 정책을 포기하고 경제학에 기초한 정책적 복귀를 촉구했다.

TUSIAD는 “경제적 어려움이 기업과 시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최근 우리가 겪는 불안정을 보면 정부의 경제 프로그램에 따라 시도된 목표들이 달성되기 어렵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하던 수출마저 손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신과 불안정의 환경이 조성됐다”며 “현 경제 모델은 미래에 훨씬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리라화 폭락은 터키의 부채 부담도 가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라화의 지속적인 하락은 12개월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외화채 대출이 많은 터키 금융 시스템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9월 기준 대출은 터키 국내총생산(GDP)의 약 1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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