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후쿠시마 사태 후 10년 만에 원전 재개 모색

입력 2021-12-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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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원 받아 의료 연구용 원자로 건설 착수
본격적인 원전 개발 위한 주요 디딤돌 평가

▲응우옌 쑤언 푹(왼쪽) 베트남 국가주석이 11월 30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태로 인해 원전 프로젝트가 중단됐던 베트남이 이를 재개하려 한다.

베트남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10메가와트(MW) 규모의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한다고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영자지 닛케이아시아(닛케이)가 보도했다.

앞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11월 29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원자력 전문가들을 대거 대동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원전 프로젝트 재개는 응우옌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주제 중 하나였다.

새 원자로는 전력보다는 의료 용도에 쓰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원자로 건설이 베트남의 원전 프로그램 재개를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에 대한 비판이 크고 여론이 분열되는 경향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과 달리 베트남은 일당 정치 체제여서 비판이 쉽게 표면화되지 않아 지도층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라도 원전 재개가 가능하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연구용 원자로 프로젝트 실무팀 일원인 응옌 니 디엔은 9일 열린 베트남 제14차 전국 원자력 과학 기술회의에서 “우리 프로젝트는 이미 사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며 “기술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곧 원전 건설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베트남과 러시아는 2011년 10년 안에 원전을 건설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번에 건설에 착수하는 새 연구 원자로는 3억5000만 달러(약 4151억 원) 규모이며 총 투자액이 5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스아톰그룹이 2024년 말 완공 목표인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게나디 스테파노비치 베즈데코 베트남 주재 러시아 대사는 10월 베트남 원자력에너지협회가 주최한 회의에서 “베트남 지도자들이 원전 프로그램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면 연구용 원자로 프로젝트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명의 에너지 전문가로 구성된 베트남 산업통상부 산하 자문단인 베트남 에너지과학위원회도 7월 새로운 전력 마스터플랜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은 물론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경제 성장을 유지하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원전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는 지난 7월 원전 건설을 위해 중국, 러시아와 MOU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몇 년 전 원전 프로젝트를 포기했지만, 지난해 원전에 대한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자 규제를 간소화하는 등 법 정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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