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본격화…기술주 투자 ‘서학개미’ 복잡한 셈법

입력 2021-12-16 14:35수정 2021-12-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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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유동성에 급등했던 ‘기술주’ 조정 가능성 있어
국내 개인투자자 올해 순매수 종목 상위 10개 중 6개 기술주…타격 우려
불확실성 제거…실적ㆍ성장 기술주 중심으로 옥석 가려질 듯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의회에 출석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고 내년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미국 기술주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 자금을 바탕으로 급등했던 주요 기술주들이 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와 키움증권, SK증권, 메리츠증권 등 국내 증권사를 비롯한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 6월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금리 인상을 내후년 말까지 1.5%, 2024년 5월까지 2.3%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9월 연준 위원 18명이 예상한 것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기술주가 받는 타격이 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동안 초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에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집중되면서 기술주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긴축 시계가 빨라지면서 이들 주식에 투입된 자금 회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어도비, 암독스, 지스케일러 등 13개 기술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일제히 낮췄다. JP모건은 “내년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주가 할인율 조정과 현금흐름 기대치의 재평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뱅크 오프 아메리카(BofA)도 “기술주는 2000년 닷컴버블과 비교할 때 두드러지게 비슷한 상승폭을 보인다. 선행 지표인 채권 수익률 곡선은 연준의 테이퍼링이 다가온다고 말하고 있지만, 투자 등급 회사채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은 그렇지 않다”며 대형 기술주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웰스매니지먼트는 미국 주요 기술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올 7월 “기술분야 수익성과 실적이 취약하다. 전례 없는 역풍이 불고 있다”며 “해당 분야의 주가매출비율(PSR)이 2000년 닷컴버블 막판 수준으로 올랐다. 밸류에이션이 매우 극단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출처=대신증권)

기술주 고평가 경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서학개미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가 올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인 6개 종목이 기술주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테슬라로 순매수 결제금액은 25억113만 달러(약 2조9593억 원)였다. 이어 알파벳(2위, 6억8986만 달러), 애플(4위, 6억5072만 달러), 메타 플랫폼스(5위, 6억1966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8위, 4억8935만 달러), 엔비디아(9위, 4억8475만 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6개 기술주 종목의 순매수 금액은 54억3548만 달러(약 6조43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국민연금이 올해 3분기 말 기준 보유한 미국주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 기술주에 투자한 지분가치(115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적잖은 돈이 미국 기술주에 집중 투자되면서 주가하락에 따른 서학개미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FOMC의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 제거로 실적에 펀더멘탈이 증명된 성장 기술주 중심으로의 종목 재편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5% 올랐고, 애플(2.85%), 마이크로소프트(1.92%), 알파벳(1.76%) 등 대형 기술주들이 금리 인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였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지 않는 한 대형 기술주들은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금리 인상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기술주 옥석 가리기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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