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입 벙긋 안한 시의원 59명…"시정 감시ㆍ견제 포기했나"

입력 2021-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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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제10대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시정질문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의원은 3년 6개월 임기 동안 시정질문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으며 조례 제·개정 발의 건수도 저조했다. 시정을 감시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시의회의 기본 책무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이투데이가 제10대 서울시의회 의원 110명의 의정활동을 분석한 결과 8일 기준 103건의 시정질문과 1944건(대표발의 736건, 1인 발의 914건, 공동발의 294건)의 조례 제·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례 제·개정안 대표발의, 1인발의를 한 건도 하지 않은 시의원은 없었으나 시정질문의 경우 110명 중 59명이 임기 내에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시정질문 0건인 시의원 중 16명은 3년 6개월 동안 8건의 조례 제·개정안을 대표·1인 발의하는데 그쳤다. 이중 3명의 시의원은 조례 제·개정안 대표·1인 발의 건수가 4건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의원은 조례 제ㆍ개정안 발의, 시정질문 건수가 저조한 이유를 묻자 “의정에 관심 두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렇게 말할 것이라면 시민대표로 나오지 말아야 한다”며 “왜 국민 세금으로 먹고 사는가”라고 비판했다.

의원마다 무게 중심 다르다지만…

시정질문은 의원이 직접 현안에 대해 질의하지만 경우에 따라 상임위 소속 의원들끼리 배분하는 경우도 있다. 또 조례 제·개정안 발의에 중점을 두기도 하는 만큼 시정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정활동에 무조건 낙제점을 주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제10대 서울시의회에서 조례 제·개정안 대표발의를 가장 많이 한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2)은 “입법 기능을 의정활동에 잘 적용하는 경우도 있고 시민 의견을 잘 수용해 감시나 견제, 예산 반영을 의원의 역할로 보는 사람도 있다”면서 “의원마다 무게 중심이 다르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조례 제·개정안 발의나 시정질문 건수가 작았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황규복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임기 동안 4건의 조례 제·개정안을 대표·1인 발의했으며, 시정질문은 0건이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인 오한아 의원(더불어민주당)도 5건의 조례 제·개정안을 대표·1인 발의하는데 그쳤다. 환경수자원위원회 부위원장인 송정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3년 6개월 동안 7건의 조례 제·개정안을 대표·1인 발의했다. 오 의원과 송 의원 모두 시정질문은 0건이었다.

임기 동안 가장 부진한 의정활동을 한 의원은 김진수 의원(국민의힘)이었다. 김 의원은 2건의 조례 제·개정안을 대표·1인 발의했으며 시정질문은 한 차례도 없었다.

4건의 조례 제·개정안을 대표·1인 발의한 이종환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4월7일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활동기간이 짧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대한 시장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정질문은 현장 의견 전달하는 기회”

시정질문은 시의원이 정례회나 임시회 때 서울시 사업에 관해 시장이나 관계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그 의견을 묻는 의정활동이다. 시의회 핵심 역할 중 하나지만 제10대 서울시의회에서는 시의원 약 53%가 단 한 차례도 시정질문을 하지 않았다.

회기 때마다 ‘서울시 저격수 ’역할을 한 권수정 의원(정의당)은 시정질문이 집행부를 견제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회기 내에서 집중도도 높고, 가장 쟁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의회가 책임감을 가지고 질의하고 답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정질문을 민심을 전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현장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힘썼다. 권 의원은 “사람을 만나면서 시정질문을 만들었다”며 “서류만 보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 양당과 다르게) 구조에서 지원을 받는 게 아니다 보니 현장에 천착했다”면서 “폭발력을 키우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숙제도 있다. 시의회 전문성과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자리만 보존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고민을 담았다고 보기 힘든 조례발의도 있고, 양에만 집착하는 의원도 있다”며 “정치적 생명이 다했다고 생각해 일을 열심히 안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서울 시민의 삶을 위해서는 의원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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