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손바닥 위에 놓인 헝다 구조조정...예상 시나리오는

입력 2021-12-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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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해소위원회 7명 위원 중 헝다 측 2명
광둥성 정부가 구조조정 주도 가능성
주택 구매자, 투자자, 은행 우선 고려할 듯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본사 전경. 선전/로이터연합뉴스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채무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갔다. 헝다는 채권단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헝다는 이번 주 7명으로 구성된 리스크해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헝다가 발행한 역외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무를 채권자들과 협상해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기구다. 법률 전문가와 국유기업 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광둥성 정부 관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헝다 측 인사는 두 명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위원회 구성을 두고 역외 채권자들에게 긍정적이면서도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헝다 파산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반면 중국 관리들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역외 채권자들의 우선 순위가 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개입에 나서는 주요 배경은 사회적 안정 유지인데 자국의 주택 소유자, 개인 투자자, 은행, 기업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

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 연구 책임자 앤드류 콜리어는 “광둥성 정부가 헝다에 재정 지원을 하면서도 회사 전체를 구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든 채권자가 구제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자산을 타깃으로 정할지가 난제일 것이고 고도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큐는 이번 구조조정이 2019년 바오샹 은행 파산 당시 원칙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사회 안정을 우선해 기관 투자자들이 필요 시 ‘베일-인(bail-in)’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베일-인은 디폴트 상태에 빠진 은행 채권자들이 보유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채권의 일부를 상각해 파산을 막는 것을 말한다. 큐 이코노미스트는 “헝다의 경우 주택 구매자가 완전히 상환을 받은 바오샹의 예금자와 같이 처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헝다의 현재 부채 규모는 6월 기준 1조9700억 위안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부채 규모가 가장 많다. 절반 정도가 공급업체 미지급금이다. 이자 부담 채무가 5720억 위안으로 6개월 전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순부채 비율은 100% 미만으로 낮췄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3개 레드라인 중 하나를 충족했다. 당국이 제시한 3개 레드라인은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미만 ▲순부채비율 100% 미만 ▲현금성자산 대비 단기부채비율 100% 초과였다.

헝다가 보유한 역외 달러 채권 규모는 192억 달러다. 이 또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중 가장 많다. 채권단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위험으로 블룸버그는 특수관계자 부채에 대한 헝다의 보증이라고 지적했다. 헝다는 6월 기준 주택 구매자와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보증 규모가 5570억 위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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