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종전선언 구상에도 차질

입력 2021-12-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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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서 종전선언 구상 문재인 정부 계획도 난망
영국·호주·EU 등도 보이콧 동참할 가능성
뉴질랜드는 안전 문제 이유로 정부 대표단 불참 선언
기시다 일본 총리 “국익 관점에서 스스로 판단할 것”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7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카운트다운 시계가 올림픽이 59일 앞으로 다가왔음을 표시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신장 위구르에서 벌어진 인권 탄압에 항의하기 위함인데, 다른 동맹국들도 뜻을 함께 할 가능성이 커져 올림픽을 종전선언 구상에 활용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6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신장 위구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량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에 반대하는 뜻으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중국의 인권 침해와 관련, 평소와 같은 비즈니스는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내려는 것”이라며 “정부는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번 대회에 팡파르를 터뜨리는 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화상 정상회담을 통해 여러 현안을 논했지만, 대만과 홍콩, 신장 등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보이콧 선언은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를 중심으로 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이후 각국 대표단이 모이는 올림픽이 종전선언을 모색하기 적합한 무대로 평가됐지만, 미국이 불참하면서 사실상 어려워졌다.

게다가 북한 역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국가 자격 참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아 대표단의 방중이 어려워진 상태다.

사키 대변인이 “미국의 결정을 해외 동맹국들에도 알렸다”고 말하면서 주변국들의 보이콧 동참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 미국 다음으로 보이콧 가능성이 큰 국가는 영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이콧을 처음 언급했던 지난달 영국에선 리즈 트러스 외교부 장관이 사석에서 보이콧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본지와 인터뷰한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유럽의회 대중 관계 대표단 의장 역시 “유럽연합(EU) 개별 회원국들이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할 확률은 매우 높다”며 “몇몇 의원들은 이미 자국에 관련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도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랜트 로버트슨 부총리 겸 체육부 장관은 “외교적 수준에서는 올림픽에 불참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장관급 인사를 보내지 않기로 했고 10월에 중국 측에도 통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결정에는 인권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안전 문제 등 여러 요인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인권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중국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사정도 복잡하게 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올림픽과 일본 외교에 대한 의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국익 관점에서 스스로 판단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IOC는 미국의 보이콧 결정에 존중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IOC 대변인은 “정부 관계자와 외교관 파견은 각국 정부의 순수한 정치적 판단”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IOC는 이러한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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