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거래된 중국 주식, 올해 시총 1조 달러 이상 증발

입력 2021-12-05 15:40수정 2021-12-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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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장 중국기업 주가지수, 9% 폭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
디디추싱, 뉴욕증시 상장폐지 백기
중국 물론 미국 증권당국도 규제 철퇴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6월 30일 성조기 너머로 디디추싱 로고가 보인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증시에 상장돼 거래 중인 중국 주식들이 올해 1조 달러(약 1183조 원) 넘는 시가총액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술기업들을 제재하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탓인데, 미국 내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가 줄지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중국 종목을 추종하는 나스닥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가 전날 9.1% 폭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연간으로 봐도 43% 하락해 2008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 기업 95개가 포함된 이 지수는 2월 최고점을 기록하고 나서 줄곧 하락했다. 최근 기록했던 8거래일 연속 하락은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가 지난 10년간 다섯 번밖에 겪어보지 못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렇게 2월 이후 날아간 중국기업 시총만 1조10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폭락 장세 중심에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있었다. 6월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44억 달러를 조달한 디디추싱은 이후 정부의 승인 없이 상장했다는 이유로 중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기 시작했다.

당국은 개인정보 보호 규정 위반 혐의로 디디추싱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자국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퇴출했다. 투심을 잃은 디디추싱 주가는 IPO 이후 지난달까지 44% 하락했고, 결국 전날 뉴욕증시에서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상폐 소식에 전날에만 22% 넘게 폭락하는 등 제재 여파는 지속하고 있다.

디디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린 성명에서 “뉴욕증시 상장폐지 절차를 즉시 시작하고 홍콩증시 상장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디는 또 별도의 영문 성명에서 “이사회가 뉴욕에서 상장폐지 신청 안건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 역시 당국 제재 속에 2월 이후 시총의 약 60%에 해당하는 4300억 달러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알리바바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거액의 벌금 철퇴를 맞은 데 이어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마저 당국의 압박에 IPO를 중단하고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입지가 불안해진 상태다. 알리바바를 이끌던 창업자 마윈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지 오래다.

레이스캐피털의 이디스 영 파트너 매니저는 “디디추싱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는 건 슬픈 일”이라며 “많은 중국 기업이 미국과 중국 정부의 눈에 들기 위해 불안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중국 기업들도 디디추싱과 함께 홍콩 상장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제재와 함께 미국도 중국 기업을 압박하는 등 전 세계 규제 당국들이 제재를 완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8월 중국 기업의 자국 내 상장 조건을 강화했다. SEC는 그간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상장하기 위해 변동지분실체(VIE)를 활용한 것을 지적하며 향후 상장 시 중국 정부의 사업 방해 위험 가능성 등을 포함한 기업 정보를 추가 요구하기로 했다.

코웬앤컴퍼니의 자렛 세이버그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현상은 미국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의 상폐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며 “미 의회나 SEC는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상장을 허용하는 게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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