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떠나며 남긴말…“부족했던 제게 버거웠던 십자가”

입력 2021-11-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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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이임 감사 미사를 봉헌한 뒤 신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 그저 과분하다는 마음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다.”

30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에서 퇴임했다. 염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해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신학대학) 주교관에서 지내게 된다.

이날 미사는 코로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염 추기경도 마스크를 쓴 채 서울대교구장직을 떠나는 심정을 밝혔다.

염 추기경은 “먼저 오늘 이 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라고 운을 떼며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 그저 과분하다는 마음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저의 착좌 미사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큰 책임으로 부담도 있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라. 그럼 하느님께서 모든 걸 마련해주실 거다’라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다”며 “새 교구장인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을 위해서도 서울대교구의 모든 하느님 백성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1970년에 사제 서품을 받고, 2002년에 주교에 임명됐다. 추기경에는 2014년에 서임 됐다.

그는 “사제로 51년, 주교로 20년을 살아왔고, 9년 반은 교구장이라는, 부족한 제게는 너무 버거운 십자가를 지게 됐다”며 “교황님이 당부하신 ‘양 냄새 나는 착한 목자’로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려고 했지만, 능력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면 제가 산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끌어주고 밀어주셨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어려움마다 당신의 천사를 보내주셨다. 하느님의 사명을 지닌 분들, 그분들이 천사다. 그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 사제들이 사제 서품 때의 마음으로 한평생을 살 수 있도록 여러분이 기도를 해달라. 저도 교구장 직을 떠나도 매 순간을 감사하게 여기며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지내겠다”며 “명동을 떠나 혜화동에서도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다. 우리 서울대교구 공동체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우리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의 후임인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의 서울교구장 착좌 미사는 12월 8일 오후 2시에 명동대성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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