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메이드 인 US 칩’ 압박에도 아시아 생산 주도권 유지할 듯

입력 2021-11-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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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올해 설비투자에 173.7조 원 투입
미국 전용 투자 전체 7분의 1…아시아는 80% 이상 차지
10년간 새로 창출될 반도체 생산능력 중 미국 6% 그칠 전망

▲10월 15일 말레이시아 이포에 있는 한 반도체 패키징 회사에서 근로자가 반도체 칩을 검사하고 있다. 이포/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에 미국 반도체 생산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지만,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이 생산 주도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

한국 삼성전자는 이번 주 17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인텔과 대만 TSMC,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도 미국에서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 생산 기반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생산 거점이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약화됐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 중 75%를 한국과 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4개 거점이 차지하고 미국은 13%에 불과하다.

최근 잇단 투자에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다시금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문제는 자국 내 생산 증강에 나선 국가가 미국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에 대한 투자는 반도체 업체들이 마찬가지로 아시아 지역에 거액의 투자를 하는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올해 설비투자에 총 1460억 달러(약 173조7108억 원)를 쏟아부을 전망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 대비 약 50% 증가한 것이며, 5년 전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전체 투자액 가운데 미국 전용은 7분의 1 정도로, 2년 전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아시아는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트너는 이 비율이 오는 2025년까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향후 10년 동안 새롭게 창출될 반도체 생산능력 가운데 미국의 점유율은 약 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공장 신설 등에 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킬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SIA는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마련하는 이점으로 △ 풍부한 숙련된 인재 △ 지식재산권 보호 △ 구매자와의 지리적 가까움 등을 꼽았지만, 높은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SIA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경우 그 비용이 한국이나 대만, 싱가포르에 비해 약 30%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비교에서는 그 차이가 50%로 더 벌어졌다. SIA는 이러한 비용의 차이가 대체로 정부 지원의 유무에 의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대만은 오랫동안 현지 반도체 메이커에 고액의 보조금을 제공해 왔다. 한국은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연간 수출액을 2배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세제우대조치나 금리인하 등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추경 예산안에 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을 지원하는 기금 재원으로 약 6000억 엔(약 6조2024억 원)을 배정할 예정이다.

미국은 현재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회선선폭 10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이하 글로벌 생산능력에서 미국은 2027년 약 24%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16% 수준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전날 공동성명에서 삼성의 텍사스 공장 건설을 환영하면서 “미국의 제조 능력 증강을 위해 의회와 동맹국, 파트너와 함께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앞으로도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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