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옥’ 연상호 감독 “세계 1위? 당황·어리둥절해요”

입력 2021-11-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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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세계 1위? 일단은 당황했어요. 하루아침에 그렇게(1위) 됐다고 해서 어리둥절해요.”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가 연출한 오리지널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공개되자마자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르며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작품의 인기가 뜻밖이라며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연상호 감독은 25일 오전 화상인터뷰를 통해 “사실 ‘지옥’을 구상할 때는 아주 보편적으로 대중들을 만족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장르물을 깊게 보는 사람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많은 분이 작품을 봐줘서 오히려 신기하다”고 넷플릭스 TV프로그램 1위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지난 19일 첫 선을 보인 이후 하루를 제외하고는 이날까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톱(TOP)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총 6부작인 지옥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옥 사자, 죽음을 고지받는 설정, 기괴한 분장을 하고 폭행을 부추기는 화살촉의 인터넷 방송 등의 설정이 여타 장르물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함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에게는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 종착지를 누구나 다 알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했고, 이번 작품은 종착지가 예상치 못하게 고지됐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받아들일까 하는 상상에서 구상을 시작했어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식의 미묘한 설정의 차이로 평범한 삶과 극적인 삶의 차이가 벌어진다고 생각하죠. 미묘하지만 독특한 설정이 색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주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사진제공=넷플릭스

독특한 설정들 덕분에 ‘지옥’은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쉽지 않은 세계관과 사이비 종교 비판, 어색한 CG 등으로 호불호가 갈린다. 화살촉 리더 이동욱(김도윤)의 인터넷 방송 장면은 불쾌함을 유발했고, CG로 표현된 사자들의 외형 등이 어색해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린 것. 연상호 감독은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 만들었기 때문에, 거기에 빠져드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과 관련해 예상했다고 밝혔다.

“화살촉의 인터넷 방송은 스피커의 시각적 실체에 대해 생각한 결과에요. 스피커로서 충실히 사람들을 끌기 위한 목소리가 중요했죠. 배우 김도윤이 그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고, 여러 방송을 보면서 열심히 리얼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불쾌하다’라는 반응 역시, 저는 그런 식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성, 스피커를 리얼하게 실체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아닐까 생각해요.”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사이비’, ‘돼지의 왕’, 영화 ‘부산행’,‘반도’, ‘방법’ 등에서 자신만의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인간 군상을 묘사해왔다. 특히 ‘지옥’은 사이비 종교 비판의 세계관 등 민감한 이야기를 담은 ‘사이비’와 연결선상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교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다룬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웠을 법도 하다.

“종교와 인간과의 관계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좋은 장치라고 생각해요. 거대한 미지의 존재와 인간의 대비를 통해서 인간의 나약함과 거기서 나오게 되는 강함을 표현하기 좋거든요. 코스믹 호러(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 공포를 맞닥뜨린 인간 모습을 다루는 것)는 미스터리를 미스터리한 채로 남겨놓고, 그 앞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굉장히 현실성 있고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죠.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포인트인데, (‘지옥’에 나오는) 인간의 고민이 현실에서 우리가 하는 것과 닮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지옥’은 글로벌 흥행을 일으키며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연상호 감독은 그동안 쌓아온 한국 드라마의 공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작을 가장 원작 그대로 만들 수 있었다”며 넷플릭스 제작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 작품들이 쌓아온 신뢰가 모여서, 세계시장이라는 벽에 낸 균열들이 쌓여 최근 둑이 무너져내리는 것처럼 반응이 쏟아져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조금씩 금이 가다가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뜻하는 ‘결궤’인데, 그동안 한국 영화와 드라마들이 천천히 균열을 내기 시작했던 세계시장이 벽이 무너진 거죠.”

영화 ’부산행’과 ‘반도’를 통해서는 K좀비의 유행을 선도했고, ‘지옥’까지 흥행을 일으키며 연상호 감독의 K-콘텐츠가 글로벌 신드롬을 연이어 만들어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 2와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부산행‘ 이후 미국 영화연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좀 더 크고 다양한 무대에서 작업을 하고 싶은 건 창작자로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욕구죠. 차기작은 넷플릭스와 함께 ’정이‘라는 SF영화를 만드는 중이에요. 이전 작품과는 결이 많이 다른 짤막한 단편소설을 한 편 쓴다는 느낌으로 색다르게 작업을 하고 있죠. ’지옥‘ 시즌 2라기보다는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에 대해서 최규석 작가와 만화로 작업하기로 이야기한 상태고, 내년 하반기 정도에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을 영상화할지는 추후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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