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000,000,000원
읽기도 힘든 이 돈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6조 원입니다. 오늘(19일) 아흔세 번째 생일을 맞은 미키마우스가 한 해 버는 돈이죠. 그의 여자친구인 미니마우스와 애완견 플루토, 친구 구피가 버는 돈을 모두 합치면 캐릭터계의 최고 부호입니다.
‘귀여움’이 버는 돈은 상당합니다. 전세계 캐릭터 시장규모는 1900조 원이 넘는데요. 우리나라는 올해 20조 원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캐릭터 강국인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세계적인 스타가 있습니다. 바로 ‘뽀통령’ 뽀로로입니다. 올해 19살이 된 뽀로로는 얼마나 벌까요?
미키마우스는 1928년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첫 유성 애니메이션이었는데요. 월트가 직접 미키 목소리를 입혔다고 합니다.
약 7분 3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1만 장 넘는 그림이 들어갔고, 제작 기간은 2년 정도 걸렸다고 하네요.
늘 해맑은 미키지만, 창조 과정은 아름답지 못합니다. 월트 디즈니의 첫 캐릭터는 ‘행운의 토끼, 오스왈드’였습니다. 그런데 경쟁사였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캐릭터 저작권을 빼앗아 갔습니다. 직원들까지요.
빈털터리가 된 월트와 동업자 어브아이웍스는 오스왈드를 대체할 또 다른 캐릭터를 구상했습니다. 귀를 줄이고 배를 더 통통하게 만들었죠. 그게 바로 지금의 미키입니다.
첫 이름은 모티머였는데요. 직관적인 이름이 낫다는 월트의 아내 릴리언의 조언에 따라 지금의 미키가 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미키는 월트가 그린 캐릭터가 아닙니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동업자 어브아이웍스의 머리에서 나왔죠. 디즈니는 흥행 요소를 정확하게 꿰고 있는 전략가였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처럼 말이죠.
오스왈드로 뼈 아픈 교훈을 얻은 디즈니는 미키를 그리고 바로 저작권 등록을 합니다. 그 후 ‘무인도에서 미키마우스를 그리면, 디즈니가 귀신같이 찾아내 소송을 건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저작권 관리에 공을 들이죠.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캐릭터와 상표디자인 특허는 23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킬 게 많은 디즈니는 미국 저작권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1998년 미국 국회는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창작자가 죽고 난 뒤 저작권 보호 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리는 게 골자입니다.
그 덕에 2004년 공유 저작물이 될 예정이었던 미키는 여전히 디즈니 품 안에 있습니다. 2024년 풀린다고 하네요.
미키가 한해 버는 돈이 6조 원이니 ‘20년 X 6조 원= 120조 원’을 더 번 셈이죠. 나머지 2300여 개의 캐릭터와 상표디자인까지 따지면, 법 하나로 디즈니가 벌어들이는 돈은 천문학적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국의 캐릭터 시장 규모는 올해 20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글로벌 시장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매년 7%대 성장률이 기대되는 유망 산업입니다.
가장 글로벌한 캐릭터는 단연 뽀로로인데요. 2003년 11월 27일에 태어난 뽀로로는 올해 고3입니다. 오콘과 아이코닉스에서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130개국에 수출됐고요. 중국과 태국·싱가포르에는 테마파크까지 세워졌습니다. 6년 전 자유경제원 기업가연구회가 추산한 뽀로로의 △브랜드가치는 8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8700억 원 △경제적 효과는 5조7000억 원으로 추산되는데요. 지금은 이보다 더 벌고 있겠죠.
몇 해 전 디즈니가 오콘에 ‘뽀로로 판권을 팔라’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요. 매각 대금은 1조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일호 대표는 “박지성 선수가 국적을 바꾸는 것과 같은 심정”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하네요.
K-콘텐츠의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캐릭터’들의 활약이 기대되네요. 마지막으로 아흔세 번째 생일을 맞은 미키마우스와 수능을 마친 뽀로로. 모두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