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親시장 행보' 제동 걸렸지만…금감원장 엇갈린 평가

입력 2021-1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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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징벌 대신 사전적 예방 방점...금융회사 친화적 정책
시민단체·학계 “금융소비자 보호·시장질서 유지 역할 못해"

취임 100일을 넘긴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의 ‘시장친화적 정책’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전임 원장 시절 고초를 겪었던 은행들은 반가운 눈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금융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정 원장은 지난 12일 취임 100일을 맞아 사전적 감독 중심으로 검사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등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11일에는 취임 이후 두 번째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3명의 부원장보가 조기 퇴임하면서 발생할 공백을 최소화하고, 상시 감독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이날 이준수 은행감독국장, 이경식 자본시장감독국장을 부원장보로 임명했다. 이로써 금감원 부원장보 자리는 전체 9자리 중 공석이 4개로 줄었다.

인사쇄신 차원에서 김동성 전략·감독 부원장보, 이성재 중소서민금융 부원장보, 장준경 공시조사 부원장보는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조기 퇴임했다. 이번 인사는 정 원장의 정책 방향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다. 물러난 3명의 부원장보가 윤 전 원장 재직 당시 라임 등 사모펀드 검사 등에서 두각을 보였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윤 전 원장은 재직 당시 폐지됐던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는 등 금감원의 감독 강화에 초점을 뒀다. 반대로 정 원장은 사후 징벌적 감독보다 사전적 예방에 방점을 두는 시장친화적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정 원장은 금융권 릴레이 회동을 열어 금융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정 원장은 지난 3일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에서 금감원 검사 체계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9일에 열린 주요 은행장과의 간담회서도 예방적 감독을 강조하며 상시감시 기능 강화와 리크스 중심 검사 방침도 밝혔다. 무엇보다 금융감독 당국의 재량적 판단과 결정이 법과 원칙에 우선할 수 없다면서 처벌보다는 리스크 취약 요인을 개선하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11일 지방은행과의 간담회에서도 친 지방은행의 불이익을 최소화해주기로 약속했다. 이를 위해 은행의 자본과 자산 건전성, 수익성 등 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은행 ‘경영실태 평가제도(CAMEL)’ 대수술을 예고했다.

은행 등 금융사 입장에선 규제보다 지원을 강조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행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8일 발표한 논평에서 정 원장의 종합검사 개편 예고 등 정책에 대해 “금감원이 감독과 제재라는 본연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2015년 금융위원회가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하면서 종합검사가 폐지된 적이 있고 이는 현재의 대규모 사모펀드 피해 양산이라는 쓰나미를 일으켰다”며 “규제 완화가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지 알면서도 반복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불법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 친화적인 말을 금융권에서 하고 있는데 금융당국 수장이 대출규제를 하면서 은행 사업주를 만나 다독거리는 것이 시장친화적인지 반문하고 싶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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